임원 물갈이 통해 돌파구 모색
대한축구협회(회장 정몽규)가 파격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홍명보(48) 전 국가대표 감독 복귀와 ‘레전드’ 박지성(36)의 발탁이다. 축구협회는 8일 전무이사에 홍명보 전 감독을 내정했다. 유소년 축구 발전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유스전략본부장은 박지성이 맡는다. 이에 앞서 김호곤 기술위원장 겸 부회장은 지난 2일 물러났고 정몽규(55)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며 축구협회 안팎의 살림과 인사를 진두지휘 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던 안기헌 전무도 이날 이용수 부회장과 함께 사퇴했다.
축구협회는 최근 대표팀 부진, 거스 히딩크(71ㆍ네덜란드) 감독 영입설을 둘러싼 논란, 문체부 감사에서 드러난 일부 임직원의 비위 등이 맞물려 팬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정 회장은 지난 달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고개를 숙이며 개혁을 약속했고 기존 집행부 핵심 임원들을 사실상 전원 물갈이하고 ‘젊은 피’를 수혈했다.
홍 신임 전무의 복귀는 2014년 7월 브라질 월드컵 참패의 책임으로 지고 물러난 지 3년 4개월 만이다. 은퇴 후 줄곧 지도자 길만 걸었던 그는 처음으로 행정 업무의 중책을 책임지게 됐다. 홍 전무는 “15년 이상 장학재단을 이끌며 경험을 쌓고 많이 배웠다”며 “오랜 현장 경험을 해서 무엇이 중요한지 잘 안다. 대표팀뿐 아니라 유소년, 학원, 아마추어, 프로축구 이야기도 많이 듣겠다”고 밝혔다.
2014년 은퇴 후 축구 행정을 공부하던 박지성도 새 인생을 시작한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JS파운데이션을 통해 매년 국제 유소년, 청소년 대회를 여는 등 평소 이 분야에 큰 관심을 쏟았다. 박지성 아버지인 박성종 씨는 “(박)지성이가 영국 런던에 거주하고 있어 이번 달 말 귀국하면 업무에 대해 축구협회와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며 “그 동안 지성이가 한국 축구를 위해 무슨 역할을 할지 많이 고민했다. 앞으로 유소년 축구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홍명보 전무를 보좌하기 위해 신설된 사무총장직에는 전한진(47) 전 국제팀장이 선임됐다.
1997년 입사한 전 신임 총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의 통역이었다. 2006, 2010, 2014년 월드컵에서 대표팀 행정 지원의 수장으로 풍부한 노하우를 갖춘 그는 러시아 월드컵 지원을 담당할 월드컵 기획단장도 겸임한다. 기존 기술위원회는 축구 발전을 위한 중장기 정책수립과 기술연구 기능을 담당할 기술발전위원회, 국가대표 사령탑을 선임하는 국가대표감독 선임위원회 그리고 박지성이 수장을 맡은 유스전략본부로 나눠져 기능이 세분화된다. 기술발전위원장에는 이임생(46) 전 텐진 감독이 선임됐고 국가대표감독 선임위원장은 아직 인선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 최영일(51) 전 동아대 감독이 새 부회장, 조덕제(52) 전 수원FC 감독이 대회위원장에 각각 선임됐다.
축구협회는 “전문성을 가진 역량 있는 축구계 인재를 발굴해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표현된 인사”라고 설명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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