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금융서비스 제공하는 기관
미국 내 계좌 동결이 목적
사실상 중국 대형은행들 겨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가 사실상 중국 대형은행들을 겨냥한 대북 금융제재법안을 통과시켰다. 미 재무부가 지난 2일 중국 단둥(丹東)은행을 미국 금융망에서 퇴출시키는 조치를 취한 데 이어 의회 차원에서도 경제 제재를 통한 대북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상원 은행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미 의회, 대통령 행정명령, 유엔안보리 결의 등에 따른 대북제재 대상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금융기관에게 미 재무부가 미국 내 금융계좌 동결 등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인 ‘오토 웜비어 북한 관련 은행제재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하루 앞두고 이뤄진 조치다. 법안이 시행될 경우 재무부의 대북제재를 이행하지 않는 미국 내 금융기관은 벌금을 내야한다. 위반 시 최소 25만달러의 벌금이 부과되며 위반 사실을 알고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고 100만달러 또는 최대 20년의 실형을 받을 수 있다. 법안은 북한 핵ㆍ미사일 개발에 조력해 온 해외금융기관을 제재 대상으로 하는데 사실상 북한의 최대 조력자인 중국을 조준한 것이다. 법안 발의자인 크리스 밴 홀런(민주·메릴랜드) 의원은 중국 은행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금융기관들도 감시망에 들어올 것이라고 밝혔다. 홀런 의원은 “법안의 궁극적인 목적은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나오도록 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말은 조용히 하되 강한 몽둥이를 준비하라’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원칙을 따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법안은 대통령이 대북 제재를 종료할 경우 의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등 의회의 대북제재 감독 권한도 강화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지난 9월 중국 중앙은행은 자국 금융기관들이 유엔안보리 제재안을 준수하도록 지도하는 정도의 조치를 취했지만 이 법이 통과된다면 미국은 비록 일부 손해를 보더라도 중국으로 하여금 미국의 더 강력한 대북제재에 협조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미 하원도 지난 10월 24일 비슷한 내용의 대북 금융제재 강화법안인 ‘오토 웜비어 북핵 제재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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