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가 숙청 작업 여파로
3개월 만에 10달러 이상 폭등
장기적으로 석유 수요 위축돼
주 수익원 정제마진 감소 우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에서 진행중인 숙청 작업으로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지난 3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하며 이어가던 호황의 흐름이 고유가 때문에 제동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7일 두바이유는 전일 보다 1.81달러 상승한 배럴당 62.69달러에 거래됐다.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57.20달러,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내년 1월물 브렌트유는 63.74달러에 각각 거래됐다. 지난 8월 50달러 선에 간신히 턱걸이했던 국제유가가 불과 3개월 만에 10달러 이상 폭등한 것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인한 석유 수요 증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연장 가능성 때문에 유가가 상승 곡선을 그리던 차에 왕권 계승을 앞둔 모하메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 왕세자의 대규모 숙청 작업이 유가상승세에 기름을 부은 꼴이다. 사우디 왕가 실세 자리를 굳힌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감산을 주도해 온 인물인데, 최근엔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때문에 국제유가는 2015년 6월 이후 2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국제유가가 올해 말 배럴당 70달러 선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이런 유가 상승 흐름은 50달러대 유가에서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국내 정유업체들에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정유사의 수익은 석유제품과 원유 가격 차이에서 얻는 정제 마진으로 결정되는데, 유가가 급격히 오르면 석유제품 수요가 위축돼 정제마진이 줄어들 수 있다. 석유제품은 2014년부터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꾸준히 수요가 늘었고, 국내 정유사들은 높은 정제 마진 덕에 지난해 이후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오르면 낮은 가격에 미리 사둔 원유의 재고평가액이 올라가면서 단기적으론 수익이 올라갈 수 있지만, 60~70달러 선까지 오른다면 장기적으로 악재가 될 수 있다”며 “국제유가 상승이 정제 마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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