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 이태원 한남동 ‘꼼데가르송’ 한남점 앞. 평소 이 시간이면 조용하던 이곳이 패션을 좋아하는 20~30대들로 북적댔다. 이들은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오전 11시 매장이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행렬은 시간이 흐를수록 길어졌다. 매장 오픈을 목전에 두고는 약 400명이 넘는 사람이 장사진을 쳤다.
클릭 한 번이면 뭐든 다 되는 ‘온라인 시대’에 이들이 밖으로 나와 늘어선 이유는 뭘까. 간단하다. 하이 엔드 스트리트 패션계를 주도하고 있는 브랜드 ‘오프화이트’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협업해 내놓은 한정판 신발을 손에 넣기 위해서다.
오프화이트와 나이키는 최근 ‘더 텐’이라는 이름으로 10종류의 신발을 내놨다. 지난 4월 제품 디자인 공개를 시작으로 지난 9월부터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 등에서 판매에 돌입했다. 이 신발들은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연일 구매 후기가 올라오며 패션을 좋아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날 구매 행렬에 동참한 이상호씨는 “(오프화이트는) 평소 좋아하는 모델”이라며 “추첨에 참여하려고 친구까지 불러서 함께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꼼데가르송 한남점에서는 아주 적은 양의 오프화이트와 나이키 협업 신발이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한 수량은 알려지지 않았다. 추첨은 매장에서 받은 응모권을 작성해 원하는 신발 사이즈 응모함에 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인기가 높기 때문에 1인 1회만 가능하고, 중복 응모 시에는 당첨이 취소될 만큼 엄격하게 이뤄졌다.
이 신발을 구하려고 회사에서 짬을 내 나왔다는 20대도 있었다. 문주환(26)씨는 “외근 나왔다가 줄을 서게 됐다”며 “패션업계에서 일하고 있는데 현장 학습 정도의 의미로 생각하고 왔다”고 했다.
패션업계 종사자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신발 업체들이 한정판 신발을 출시할 때는 대부분 ‘온라인 추첨’ 방식을 활용한다. 이번처럼 ‘오프라인 추첨’은 흔치 않은 셈이다. 한 패션업계 종사자는 “‘오프라인 추첨’ 방식을 보며 패션 마케팅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하지만 추첨을 통해 구매자를 정하는 방식이 오히려 구매 욕구를 높여 신발 투기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약 20~30만 원선에 살 수 있는 신발들이 해외 배송 사이트에서 약 170만 원까지 오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한 네티즌은 “사지도 않는 신발을 왜 굳이 사는지 모르겠다”, “항상 한정판이 발매될 때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된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김주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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