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설이 진행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선 찬반집회 참가자들이 한때 몸싸움까지 벌이며 격렬하게 충돌했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쯤 국회 인근 KB국민은행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 환영집회 참가자 100여명이 국회 방면으로 이동하던 중 반대집회 참가자들과 충돌했다. 양측이 “나라 망하게 하려고 하냐, 정신 차려라” “매국노는 물러가라” 언쟁과 함께 욕설을 주고 받던 중, 트럼프 환영 시위대가 반대 시위대에게 달려 들며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반대집회 참가자 한 명이 잠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깨어났으며, 트럼프 반대 구호가 적힌 팻말과 성조기가 불에 타는 모습도 발견됐다. 영등포경찰서는 30대 회사원이 트럼프 환영 시위대로 추정되는 50, 60대 남성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일부 급진단체 기습시위 가능성을 우려해 국회 주변에 3중 철제 펜스를 설치하고, 192개 부대와 경호인력 등 1만8,860명을 투입했다. 국회 인근 100m 일대 ‘경호구역’에서 진행되는 1인 시위나 기자회견을 모두 차단했으며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1,6번 출구를 통제하는 등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양측 시위대의 충돌이 발생한 이후에는 의사당대로에 차벽을 쌓으며 양측 접촉을 차단했다.
220개 반미 성향 시민단체가 모인 ‘NO 트럼프 공동행동(공동행동)’은 오전 10시 트럼프 대통령 방한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당초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으나 경찰 통제로 KB국민은행 앞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트럼프 방한 반대 시위대(주최측 추산 1,000명, 경찰 추산 550명)는 “트럼프 국회 연설은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NO TRUMP NO WAR”, “트럼프는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성조기가 그려진 미사일 모형을 발로 차 부수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그려진 대형 현수막에 소금을 뿌리고 함께 찢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강력한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
차벽 건너편 글래드호텔 앞에서는 재향군인회 등이 주최하는 트럼프 방한 환영 집회(경찰 추산 8,000명)이 열렸다. 승합차 지붕 위에 오른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는 “한미동맹이 없다면 국방예산이 두 배 이상 소요된다”며 “한미동맹이 흔들리면 안보불안은 물론 경제적 타격이 심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Bomb the north korea(북한을 폭격하라)”, “박근혜 대통령을 청와대로 복귀시켜라” 등의 피켓과 성조기를 든 트럼프 환영 시위대는 “한미동맹 강화”를 외치며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환영했다.
트럼프 반대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국회를 나선 낮 12시쯤 해산했으며, 트럼프 환영 시위대는 동작구 국립현충원으로 자리를 옮겨 “아이 러브 유 트럼프” “트럼프 웰컴”을 외치며 트럼프 대통령을 반겼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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