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최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가 8일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처리하려고 했으나 김 사장의 불출석으로 이사회를 미루기로 했다.
8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율촌빌딩 방문진 사무실에서 김 사장의 해임안 처리를 논의하는 방문진 제7차 임시이사회가 열렸다. 이날 김 사장이 출석해 MBC 부당 노동 행위에 대한 소명할 예정이었으나, 김 사장의 불참으로 이사회는 회의를 정회하고 10일 오후 5시에 속개하기로 했다.
회의는 이완기 이사장을 포함해 친 여권 이사들 5명(유기철 이진순 김경환 최강욱)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친 야권 이사 3명(김광동 권혁철 이인철)은 태국 세미나 출장 일정으로 불참했다.
오전 10시 방문진 이사회가 열리는 사무실 로비에 도착한 김 사장은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MBC본부 노조원들, 취재진과 마주쳐 질문세례를 받았다. “자진 사퇴할 생각 없느냐”, “MBC 구성원들에게 사과 안 하냐”는 질문에 묵묵부답이던 김 사장은 “회의에 참석할 분위기가 아니니 돌아가겠다”며 3분 만에 다시 발길을 돌렸다.
이사회는 회의를 30분간 정회하고 김 사장에게 재출석을 요구했으나, 김 사장은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방문진 사무처에 전달한 공문에서 김 사장은 “MBC 노조원들이 욕설과 반말 등으로 출입을 막고 승강기를 강제로 잡아 4~5분간 감금당하다시피 했다”며 “물리적으로 출입이 어려우니 소명 절차는 이사회에 제출하는 소명서로 대신하겠다”고 밝혔다.
A4용지 12장 분량에 달하는 해임 사유에 대한 소명서에서 김 사장은 “그동안 헌법과 방송법은 물론, MBC 방송 강령을 포함한 사규에 어긋남이 없도록 법과 절차에 따라 회사를 경영해왔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시위 현장에서 MBC취재팀이 시위대에게 취재 거부를 당한 일에 대해 “취재 현장에서 MBC취재팀이 특정 정파 성향의 시위대로부터 협박 당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폭력을 행사한 시위대의 문제이지 MBC보도의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MBC 구성원을 부당 해임, 전보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날조된 허위사실”이라며 “해임사유에 적시한 인사이동은 제가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전 이뤄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소명서를 접한 친 여권 이사들은 “직접 만나서 질의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며 김 사장에게 재출석을 요구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완기 방문진 이사장은 “김 사장에게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제공하고 가급적 많은 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번 사안을 결정해야 한다”며 “친 야권 이사들의 출장은 주요 일정이 9일 마무리되므로 조기 귀국을 요청해 10일 다시 임시이사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친 야권 이사들은 애초 11일 귀국할 예정이라 10일 임시이사회에도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김 사장의 해임안 논의는 다음주로 넘어가 13일 이뤄질 수도 있다. 김 사장 해임안이 가결되면 MBC 주주총회(주총)을 통해 해임이 최종 확정된다. 방문진이 MBC 주식 70%를 소유하고 있어 김 사장의 해임은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언론노조 MBC 본부는 김 사장의 해임안이 결의되는 대로 총파업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하겠다는 입장이다. 업무 복귀에 대비해 몇몇 프로그램들은 촬영 준비 작업을 이미 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 본부는 “공식적으로 업무에 복귀했을 때 진행할 촬영과 녹화를 위한 섭외, 스케줄 조정 등 사전 준비를 진행 중”이라며 “각 프로그램 담당 조합원들과 원칙적인 틀에서 협의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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