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의 불청객으로 알려진 황사가 늦가을 한반도를 덮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무장지대(DMZ) 방문이 전격 취소된 데는 중국에서 불어온 황사의 심술도 영향을 미쳤다.
8일 새벽 중국 네이멍구 고원에서 발원한 황사가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에 유입되면서 서해안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미세먼지(PM10) 농도가 ‘매우 나쁨’을 나타냈다.
기상청과 한국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이날 황사의 영향으로 미세먼지 농도는 수도권과 충청권은 ‘나쁨(81~150㎍/㎥)’, 그 밖의 권역도 한때 ‘나쁨’을 나타냈다. 충남 당진에서는 한때 미세먼지 농도가 183㎍/㎥까지 치솟으면서 ‘매우 나쁨(151㎍/㎥ 이상)’의 기준을 훌쩍 넘어섰다. 경기 남부와 북부, 충청과 호남지역에는 올 가을 들어 처음으로 미세먼지 주의보도 발효됐다. 미세먼지 주의보는 시간 당 미세먼지 평균농도가 150㎍/㎥ 이상, 2시간 이상 지속될 때 내려진다.
기상청 관계자는 “봄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도는 낮지만 가을에도 황사가 가끔 나타난다”면서 “황사는 발원지의 기후나 바람 등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황사는 한반도에 오래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고 기상청은 내다봤다. 북서쪽에서 강력한 찬 공기가 밀려오면서 황사를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황사의 발원지인 몽골과 중국 북부지역이 건조해지면서 가을과 겨울에도 흙먼지가 쉽게 일어나 가을황사가 잦아지고 있다. 1990년대만 해도 가을에 황사가 발생하는 비율은 0.4%에 불과했으나 2000년 이후에는 10.2%로 급증했다. 또 2000년 이후 발생한 ‘겨울황사’의 비중은 가을보다 큰 17.8%에 달한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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