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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동물원 스타 된 호기심 대마왕 ‘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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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동물원 스타 된 호기심 대마왕 ‘돼꼬’

입력
2017.11.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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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동물들 사진을 넘겨보다 우연히 돼지꼬리원숭이 ‘돼꼬’ 의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녀석이 한 가족의 귀염둥이일 때 재미난 추억이 있어 그때의 이야기를 돼꼬의 입장에서 써 보았습니다. (부모가 몇 년 전 유명을 달리해 지금 돼꼬는 홀로 살고 있답니다.) 그의 감정을 잘 표현해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생후 한 달 된 제 모습이에요.
생후 한 달 된 제 모습이에요.

10년 전 광주 우치동물원에서 돼지꼬리원숭이는 딱 세 식구만 살았어요. 엄마, 아빠 그리고 태어난 지 석 달 되었던 나. 옆집 비비원숭이네나 일본원숭이네는 대식구라서 항상 시끄럽고 싸움도 자주 하지만 우리 집은 너무나 조용했어요.

우리 집이 이렇게 식구가 없는 것은 엄마가 아기를 잘 낳지 못했기 때문이래요. 엄마는 나를 낳기 전에 두 번이나 형·누나들을 가졌지만 그때마다 실패(유산이나 사산)를 했대요. 그 후 엄마는 슬퍼서 다시는 아기를 갖지 않으려고 마음먹었는데, 아빠가 너무나 아기를 간절히 원해서 한 번 더 시도한 끝에 드디어 내가 태어나게 됐대요. 

그래서 나에 대한 엄마 아빠의 사랑이 다른 원숭이들에 비해 유독 각별한 가 봐요. 하지만 이렇게 사랑을 받아도 심심한 건 어쩔 수 없었어요. 엄마는 맛있는 젖을 주고, 아빠는 내가 짓궂은 장난을 쳐도 아무 말없이 받아주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같이 노는 것만큼 재밌지는 않았어요.

난 늘 찬란한 햇빛이 비치는 넓은 바깥으로 나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철창 바깥으로 발을 쑥 내밀어 보고 다시 집어넣는 놀이를 하다가 가끔 몸 전체를 빼 보곤 했어요. 

한 발씩 철창 밖으로 내밀어 보다 아예 몸 전체를 빼 보기도 했어요.
한 발씩 철창 밖으로 내밀어 보다 아예 몸 전체를 빼 보기도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관람객이 던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과자가 하필 철창 앞 난간에 딱 걸려 버렸지 뭐예요.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가 않았어요. 그런데 과자를 잡으려고 끙끙대다 그만 과자에 정신이 팔려 내 몸이 완전히 빠져나가 버렸어요.

‘에라, 모르겠다!’하고 그 과자를 열심히 집어먹던 찰나, 그만 발을 헛디뎌 난간 아래로 뚝 떨어져 버렸어요.

올라가려고 안간힘을 써 봤지만 벽돌담은 너무 높고 미끄럽기만 했어요. 한참 올라가려고 시도했지만 지치고 말았어요. 그때였어요. 누가 연락했는지 수의사 아저씨가 달려오셔서 저를 냉큼 안아 다시 우리 안으로 넣어 주셨어요. 

엄마가 먼저 마중 나올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아빠가 먼저 와서 저를 받아주시는 거였어요. 그리고 엄마한테 저를 안겨주고는 ‘애가 그렇게 저 위험한 곳에 나돌아 다니도록 놔두면 어떡해!’하고 한참 엄마를 나무라시는 거예요. 엄마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만 푹 숙이고 듣고만 계셨어요. 엄마가 불쌍하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어요. 그렇다고 아빠가 밉지도 않았어요. 저래도 속은 무척 착하신 분이셨거든요. 

그날 이후 제 삶은 철창 밖으로까지 넓어졌어요
그날 이후 제 삶은 철창 밖으로까지 넓어졌어요

그 후로 제가 얌전해졌냐고요? 천만에요. 그때부터 철창 바깥으로까지 제 삶의 영역이 확대되어버렸지요.

엄마 아빠는 철창 사이가 좁아서 나갈 수 없지만 몸집이 작은 저는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절대로 다시 아래로 떨어지지도 않았어요. 만약 떨어져도 다시 올라오는 방법도 터득했어요.

옆집의 일본원숭이 새끼인 ‘다이고로’나 비비원숭이 ‘사바나’도 나와 비슷한 또래지만 이런 모험을 함부로 할 수가 없었어요. 워낙 대식구라 그런지 야단치고 감시하는 어른들이 너무 많았나 봐요. 저도 아는데 지금도 그곳 분위기 장난 아니거든요. 그 무리는 계급도 있대요. 우리 집은 다 평등했는데 말이에요. 그래도 가끔 그 앞으로 가서 철창 사이로 걔네들과 놀기도 했어요. 

제가 '동물원 스타'가 된 후, 어른들 몰래 저를 따라 하는 일본원숭이 친구도 생겼어요.
제가 '동물원 스타'가 된 후, 어른들 몰래 저를 따라 하는 일본원숭이 친구도 생겼어요.

바깥에 나가면 따듯한 햇빛, 싱싱하고 맛있는 나뭇잎들 그리고 사람들이 우리에게 던지다 떨어진 달콤한 과자들이 잔뜩 널려 있었어요. 엄마는 함부로 주워 먹지 말라고 해도 저는 이 맛있는 걸 참고 보고만 있을 수 없었어요. 그리고 또 내가 밖으로 나가면 사람들이 다 신기해했고 같이 놀자고 손 내미는 분들도 엄청 많았어요. 저는 한 마디로 주말이면 스타가 됐지요. 

수의사 아저씨는 그런 나를 보면 혹시 누가 납치라도 할까 봐 무척 걱정했어요. 간혹 어떤 사람들은 원숭이가 밖으로 나왔다고 큰일이나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도 했어요. 그러면 사육사 아저씨가 달려와서 안심하시라고 저래도 절대 부모 곁을 떠나지 않는다고 잘 설명을 해 주셨지요.

당시 엄마, 아빠는 내게 다른 원숭이들처럼 얌전하게 좀 살 수 없냐라고 하셨지만, 그렇게 살지는 않았어요. 보통 조용한 원숭이들은 사람들에게 엄청 사납거나 아니면 꼼짝도 못하거나 하거든요. 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어차피 동물원에서 살 거라면 사람들과 친구처럼 어울려 사는 것이 훨씬 더 좋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걷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우리와 대개 비슷하잖아요. 하지만 사람들도 우리를 유희를 위한 도구나 물건처럼 여기지 말고 소중한 생명으로 대해주면 좋겠습니다. 

다른 동물들도 사람들에게 조금씩 마음을 터놓고, 그냥 서로 사이 좋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어른이 된 제 모습이에요. 엄마 아빠는 돌아가시고 이제 혼자 살아요.
지금은 어른이 된 제 모습이에요. 엄마 아빠는 돌아가시고 이제 혼자 살아요.

부모가 죽은 7, 8년 전부터 돼꼬는 동물원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다 커서 철창 사이로 나오지도 못하지요. '돼꼬야' 부르면 반응하긴 하지만 예전 발랄한 모습은 이젠 없네요. 우연히 옛 사진을 발견한 오늘, 심심하면 철창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교류하던 명랑한 돼꼬가 괜히 더 그립습니다.

글·사진 최종욱 야생동물 수의사('아파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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