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삼성SDI가 보유 중인 한화종합화학 지분(24.1%) 전량 매각에 나섰다. 매각 가격은 1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ㆍSDI는 각각 20.05%(약 852만주), 4.05%(약 172만주)씩 보유한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팔기로 결정하고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 한 곳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이 지분은 2015년 삼성그룹이 화학ㆍ방위산업 관련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할 때 남겨 놓은 잔여 지분이다. 삼성 계열사였던 삼성종합화학은 ‘빅딜’ 뒤 한화종합화학이 됐다. 당시 삼성은 한화의 자금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부 지분을 남겼고 한화는 향후 삼성이 이 지분을 현금화할 수 있도록 2021년까지 한화종합화학을 성장시키기로 했다.
여기에 오는 2022년까지 한화종합화학이 상장되지 않을 경우 잔여 지분을 일정 금액에 다시 한화에 팔 수 있는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까지 보유한 삼성이 돌연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사업 확장과 신규 투자를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기 위한 자금 확보란 분석도 나온다. 2021년 보험사에 대한 신(新) 지급 여력제도가 시행되면 삼성생명은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8.13%에 대해 최대 9조원 상당의 준비금을 마련해야 한다.
삼성이 한화종합화학의 가치가 높아진 현재를 차익 실현의 최적기로 판단했다는 시각도 있다. 2015년 말 2,656억원이었던 한화종합화학의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은 지난해 말 5,753억원으로 121%나 늘었다. 석유화학기업의 가치가 통상 EBITDA의 6∼8배인 점을 감안하면 한화종합화학 가치는 최소 3조5,000억원에서 많게는 4조6,000억원에 이른다. 올해는 실적이 더 뛸 것으로 전망돼 삼성이 보유한 지분 가치도 최소 1조원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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