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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좌의 게임’에 유가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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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좌의 게임’에 유가 폭등

입력
2017.11.07 17:3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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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거물 왕자 등 체포도 영향

이란과 군사적 긴장까지 높아져

중동 정세 불안 세계경제에 파급

사우디아라비아 제1 왕위계승자 모하메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 A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제1 왕위계승자 모하메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 A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숙청 작업’으로 불안정해진 중동의 정세가 유가를 급격히 끌어올리고 투자심리를 냉각시키는 등 세계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1월분은 전일 대비 3.5% 상승한 배럴 당 64.2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6월 이후 최고치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 12월분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전날보다 3.1% 오른 배럴 당 57.3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 또한 2년 5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중동산 두바이유는 전일 대비 2.79% 상승하며 60달러선을 돌파했다.

유가 상승의 배경으로는 최근 급격히 불안해진 중동 정세가 거론된다. 사우디와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동 원유 수송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사우디는 내부 숙청 작업 뒤 이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는 7일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예맨 후티가 리야드를 향해 탄도 미사일 1발을 발사해 의도적으로 민간인을 노렸다”면서 “이란 정권의 미사일 공급을 직접적 군사 공격행위로 간주한다”고 비판했다.

호주 소재 투자 자문회사인 ASRW의 셰인 샤넬은 “양국 간 긴장은 원유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장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배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는 모하메드 왕세자가 석유 감산 정책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유가 상승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로버트 프리드랜더 씨포트글로벌증권 에너지 거래 책임자는 “사우디는 지난 3년 간 유가 약세로 재정 여력이 위축된 상태라 유가 하락 또는 원유 판매 수입이 감소하는 것을 감당할 수 없다”며 “유가가 배럴 당 50달러로 하락하는 것보다는 70달러로 상승하는 시장을 더 선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사우디 반부패위원회가 부패 혐의로 체포한 이들의 자산까지 동결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우디의 상황은 투자자들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부패위원회 관계자는 “위원회는 혐의자들의 은행 상세항목을 공개하고, 그들의 자산 및 펀드를 동결하며 기타 다른 적절한 조처를 할 권한이 있다”며 “범법자들은 지위, 신분과 관계 없이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리서치회사인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중동경제 전문가인 제이슨 터비는 “기업들의 경우 이번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기 전까지 투자 계획을 연기할 수 있다”며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많은 이들이 구금된 사람들이 소유한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은 회사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외국인 투자도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금융계 거물인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가 소유한 투자회사 킹덤홀딩스의 주가가 폭락한 바 있다.

사우디 당국도 어느 정도 이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관료들로부터 관련내용을 전해 들은 한 소식통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의 신뢰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당국이 알 왈리드의 해외 포트폴리오는 두고 국내 지분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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