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가전 연구원 한 공간에 모아
시너지 효과 내고자 1500억 투입
근무공간 넓히고 시료보관실 50% 확대
고급 인재 유치 위해 공들인 LG전자
지난 6일 지상 20층 규모의 초현대식 건물 지하 1층에 내려가자 크고 작은 냉장고 500여 대가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북미와 유럽을 비롯해 이란 등 중동에서까지 판매되는 각종 냉장고의 시제품이자 다음 제품 개발을 위한 시료였다.
4층 3차원(D) 프린트 실에서는 4대의 3D프린터가 최대 90㎝에 이르는 부품 모형을 플라스틱으로 뚝딱 찍어냈고 14층 요리개발실은 매장용 오븐 화덕 제빵기 바비큐 그릴은 물론 인도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사용하는 가마 형태 오븐 탄두르까지 갖추고 있었다.
여러모로 독특한 이 건물은 LG전자가 지난달 경남 창원1사업장 안에 완공한 ‘창원연구개발(R&D)센터’다. 중국 폴란드 베트남 멕시코 인도 등 각 지역 거점에서 생산돼 170개국에서 팔리는 냉장고 정수기 오븐레인지 식기세척기 등 주방 가전 제품이 모두 이곳에서 탄생한다. LG전자는 창원 R&D센터에 ‘LG 주방가전의 산실’이란 수식어를 붙였다.
LG전자는 2015년 3월부터 1,500억원을 투입해 2년 6개월간 창원R&D센터를 건설했다. 사업장에 흩어진 주방가전 연구원 1,500여명을 한 공간에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국내 최초 냉장고(1965년)와 가스레인지(1969년)를 비롯해 세계 최초 뚜껑식 김치냉장고(1984년)와 스탠드형 김치냉장고(2001년)를 출시한 LG전자에 주방가전은 남다른 자부심이다.
고층 건물이 드문 창원에서 랜드마크 성격도 가진 R&D센터는 연구원 1인당 14㎡(약 4.2평)의 공간을 제공한다. 기존 10㎡(약 3평)보다 40% 늘어났다. LG전자는 지하 1층 주차장을 없애는 대신 시료보관실 면적을 50% 이상 키웠고 1,240㎡를 할애해 층마다 휴식공간을 만들었다. 창원R&D센터 박수소리 연구원은 “3D 프린터 중 두 대는 가격이 8억원인데 사내 시스템에 등록하면 연구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창원R&D센터가 2023년을 목표로 재건축하는 창원1사업장 스마트공장 변신의 첫 단계라 특히 공을 들였다. 여기에 LG전자 송대현 가전ㆍ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장(사장)은 최고의 공간을 만든 이유를 또 하나 들었다. 고급 인재 확보다. 이날 간담회에서 송 사장은 “이 센터를 짓지 않으면 다 서울로 가 인재 유치가 어렵다는 논리로 (인허가권을 가진) 창원시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 고급 인재의 남방한계선은 수도권 생활이 가능한 경기도로 통한다. 서울 우면동이나 경기 성남시 판교 등에 R&D센터가 집중된 것도 이들을 붙잡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창원R&D센터 입장에서는 같은 회사 소속인 서울 마곡 사이언스파크나 양재동 서초R&D캠퍼스, 강남R&D센터와도 인재 유치 경쟁을 벌여야 한다. 송 사장은 “고향은 이쪽인데 서울에서 일하는 인재를 파악해 창원 근무를 유도하는 등 항상 유능한 인재 유치를 고민한다”고 밝혔다.
창원=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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