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와 팬시차일드, 제 솔로 음악은 방향성이 다르다고 생각해요.”(지코)
유행을 선도하는 힙합음악을 선보여온 가수 지코가 오랜만에 남성그룹 블락비로 무대에 선다. Mnet 힙합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출연으로 인지도를 쌓은 후 솔로곡 ‘보이즈 앤드 걸즈’, ‘버뮤다 트라이앵글’, ‘아티스트’ 등을 히트시키며 프로듀싱 능력을 인정받은 터라, 몸담고 있던 블락비의 활동에 힘이 빠진 것도 사실이다.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호텔 프리마에서 열린 블락비의 여섯 번째 미니앨범 ‘몽타주’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지코는 해명 섞인 설명을 내놓았다. 그는 “2014년 발매한 ‘헐’까지만 해도 그룹을 알리기 위해 제가 파트도 많이 맡았고 무대 구성에서도 유독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며 “지난해 ‘토이’ 때부터 멤버들의 역량이 돋보일 수 있도록 제 역할을 많이 줄었고 이번 앨범에서도 멤버들의 재능이 돋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데뷔한 블락비는 ‘난리나’, ‘닐리리맘보’, ‘베리 굿’ 등 유쾌하고 화려한 음악, 개성 강한 퍼포먼스로 가요계 악동 이미지를 구축했다. 6년차 아이돌 가수가 된 지금은 아티스트 그룹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코뿐 아니라 멤버 박경은 솔로곡 ‘자격지심’, 블락비의 싱글곡 ‘예스터데이’ 등을 작곡해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엔 라틴 음악이다. 지코가 작사 작곡한 타이틀곡 ‘쉘 위 댄스’는 라틴 멜로디에 세련된 디지털 음을 섞었다. 뮤직비디오에선 삼바를 연상케 하는 블락비의 춤사위가 후렴구의 흥을 더한다. 지코는 “블락비 음악을 작업할 때는 그룹의 방향성을 고려해서 어떤 장르, 어떤 색깔의 곡을 만들지 미리 계산하고 연구하는 편”이라며 “그런데 ‘쉘 위 댄스’는 영감에 기대 즉흥적으로 작곡해 음악이 빨리 나왔다”고 말했다.
블락비와 솔로 활동, 힙합 크루 팬시차일드까지, 지코의 활동 방향은 셋이다. 모든 활동에서 지코만의 감각이 녹아있는 음악들을 선보이지만, “음악의 방향성과 정체성은 명확하게 구분”한다. 팬시차일드는 지코와 가수 크러쉬, 페노메코, 딘 등 프로듀서 겸 가수들이 모인 힙합 그룹이다. 지난해 지코, 크러쉬, 딘이 모여 발매한 ‘버뮤다 트라이앵글’로 첫발을 내디뎌 크게 인기를 끌었다.
“팬시차일드와 블락비는 가는 길이 달라요. 팬시차일드는 개인적인 친목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이죠. 그래서 좋아하는 장르를 제약 없이 다루고 있어요. 블락비는 제가 처음 가요계에 발을 들이게 된 (음악적 모태가 되는) 그룹이기 때문에 제 개인적 역량을 과시하기보다는 팀의 일원으로 움직이죠. 옷을 바꿔 입는 개념으로 보면 될 것 같아요.”
솔로곡과 달리 블락비 음악을 제작할 때는 지코 나름의 고충이 있다. “7명의 음색과 키, 성량이 제 각각이라 한 곡에 멤버들의 개성을 조화롭게 녹여내는 것이 어려워”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결과물을 보면 “솔로곡 보다 양질의 음악이 나오는 것 같아” 보람도 느낀다. 피오는 “7명 각각 색깔이 너무 강해서 다 함께 부를 수 있는 곡을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지코와 박경의 작업을 높이 평가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쇼케이스가 아닌 음악감상회로 꾸며졌다. 타이틀곡으로 새로운 퍼포먼스를 공개하고 질의 응답 시간을 가지는 여느 아이돌 가수와는 달랐다. 공개된 6개의 수록곡마다 작곡에 참여한 멤버들의 애정 어린 설명이 이어졌다. ‘일방적이야’와 ‘이렇게’를 작사 작곡한 박경은 “앞서 발매한 ‘예스터데이’로 자신감을 얻어 점점 더 (작곡에) 욕심이 나더라”고 웃었다. 멤버 비범도 펑키한 전기기타 리듬이 돋보이는 디스코 풍의 곡 ‘기브 앤 테이크’를 작사 작곡해 실었다. 비범은 “듀엣 멜로망스의 정동환이 참여해서 소리가 더 풍부해졌다”며 “제가 작사 작곡한 노래를 앨범에 실은 건 처음이니 좋게 들어달라”고 바랐다.
블락비는 이날 오후 6시 음원을 정식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활동에 들어갔다. 음악 욕심이 가득 찬 앨범이지만, 정작 음원 성적 앞에선 ‘중견 아이돌’의 여유가 드러났다. 박경은 마지막 인사 때 팬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앞서 솔로 음원이 잘 안됐을 때가 있었는데 팬들이 미안해하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팬들이 미안해할 일이 전혀 아니잖아요. 이번 앨범도 즐기는 마음으로 활동할 테니, 음원 성적 걱정 없이 편하게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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