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계 “나가라고? 꼴이 딱 초딩”
안철수 “투덜거림 답할 필요없어”
안 대표 귀국 노선투쟁 본격화
벌써부터 부분 탈당설 등 나와
국민의당에서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안철수 대표와 개혁진보를 표방하는 호남계 간 노선투쟁의 서막이 올랐다. 독일과 이스라엘을 방문하면서 자신의 리더십을 비판한 호남계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안 대표가 7일 귀국하자, 호남 중진들도 이날 회동을 갖고 대응 태세를 가다듬었다. 벌써부터 부분 탈당설이 제기되는 등 내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포문은 호남계가 먼저 열었다. 유성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도부가 고작 한다는 것이 당내 중진의원에게 ‘나가라’고 막말을 해대고 있다”며 “하는 꼴이 딱 초딩(초등학생) 수준”이라고 안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전날 리더십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했던 자신을 향해 안 대표가 “응당 가야 할 길을 비정상으로 인식한다면, 끝까지 같이 못 할 분이 있더라도 가겠다”고 정면 대응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유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호남 중진인 조배숙ㆍ주승용ㆍ장병완ㆍ황주홍 의원 등과 회동을 갖고 향후 대책도 논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중진들은 “당 대표로서 해서는 안 될 망언을 했다. 안 대표의 대응은 유 의원뿐 아니라 호남 의원 전체를 겨냥한 것이라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이들은 안 대표가 귀국 후 처음 참석할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 해명 또는 사과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안 대표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이날 이스라엘을 떠나며 기자들과 만나 “모든 투덜거림에 답할 필요는 없다”며 “지금까지 정치하면서 돌파력을 증명했다”고 응수했다. 이날 저녁 인천공항으로 귀국해서도 “당과 국가를 위한 지적이라면 귀를 기울이고 열심히 노력하겠지만 분란을 위한 지적에 대해선 그렇게 대처하지 않겠다”며 호남계의 집단행동에 맞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당 노선투쟁은 당헌ㆍ당규 제개정위원회에서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현 위원장은 호남계의 조배숙 의원이지만, 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김태일 교수 등 안철수계 중심의 제2창당위원회 멤버들은 당헌ㆍ당규에 중도보수 가치를 추가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지난주 개정위 회의에서도 햇볕정책 등을 유지ㆍ강화하려는 호남계와 중도적 가치를 넣어 바른정당에게 길을 열어주려는 안철수계가 부딪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른 것은 몰라도 자신들의 이념 근간인 햇볕정책 등을 건드린다면 박지원ㆍ정동영ㆍ천정배 의원 등 호남 중진들이 탈당을 결행할 수도 있어 안 대표가 현명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안 대표의 핵심 측근은 “호남은 안 대표에게도 최대 지지기반이라 곧 호남 중진들과 소통의 자리부터 만들어 볼 것”이라며 일단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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