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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짜장면도 못 시키던 ‘소심녀’ 천우희

입력
2017.11.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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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써니’ ‘곡성’ 등을 통해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던 배우 천우희. 최근엔 드라마 ‘아르곤’으로 브라운관 진출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며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자신을 알렸는데요, 그럼에도 여전히 ‘본드녀’ ‘불량소녀’ 등 그간 그녀가 맡아온 배역이나 각종 시상식에서 보여진 파격적인 모습으로만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본래 모습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고 합니다. 그녀의 어린 시절을 아는 주변 사람들은 스크린 속 그녀의 모습을 보며 신기해 할 정도라고 하네요. 그녀의 본래 모습이 어땠는지, 그리고 그녀가 배우가 된 계기 등을 살펴봤습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소심녀’ 천우희의 배우 성장기

우리에게 알려진 천우희는

학교 축제날 본드를 흡입하고 난동을 피우던 ‘본드녀’ (영화 ‘써니’)

귀신들린 마을에 사는 미친 여자 (영화 ‘곡성’)

고등학생임에도 건달 남자친구 집에서 잠자리를 갖는 불량소녀 (영화 ‘마더’)

연기한 캐릭터들이 거칠고 불량스럽다보니 “원래 성격이 그런가?”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그녀의 어린 시절은 이와는 매우 달랐다.

수업시간에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될까요?”라는 말을 못해 꾹 참기 일쑤였고, 짜장면을 주문할 때도 각본을 써 연습해야 할 정도로 숫기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생을 뒤바꾼 사건이 발생했다. 친한 친구를 따라 연극반에 들어간 것. 그곳에서 위안부 피해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반쪽 날개로 날아온 새’ 극본을 받았다.

6개월간 대사를 외우고, 표정을 연습하고, 상대 배우와 합을 맞추는 과정에서 천우희는 연기의 매력을 느꼈다.

첫 무대는 ‘황홀했다’. 무대 뒤에 서 있을 때만 해도 터질 듯 쿵쾅대던 심장이 조명이 켜지고 무대 위에 오르자 빠르게 평온을 되찾았다.

몸과 입, 눈빛과 표정은 신기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출했다. 연극으로 상복까지 터지자 자신감이 붙었다.

연극을 준비하며 종종 방문했던 ‘나눔의 집’에서의 경험도 연기자로의 진로를 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연극을 본 할머니들의 반응을 통해 “내 연기가 해석하기에 따라 누군가에겐 아픔으로, 기쁨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프로들의 생생한 세계를 본 건 영화 ‘마더’ 촬영 때다. “다른 선배들의 진중한 모습을 보고나니 재미로 활동했던 내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나도 제대로 달려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때부터 오디션을 돌며 맞는 역할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난 작품들이 영화 ‘써니’ ‘한공주’ 곡성’ ‘해어화’ 등이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나 강렬한 캐릭터를 많이 찾는데 이유가 있느냐”고 묻는 이도 잇지만, 작품 선택 기준은 따로 없다. 그저 “대본을 읽은 첫 느낌을 중시할 뿐”

드라마 ‘아르곤’을 통해 비로소 천우희라는 이름 석자를 대중에 알린 그녀는, 내년엔 충무로를 잠시 떠나 연극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모든 장르와 역할을 매끄럽게 소화하는 배우가 되기 위해 한동안은 편식 없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것”이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욕심 많은 배우 천우희가 보여줄 새로운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기사원문: 나를 키운 8할은, 캐릭터 오디세이 / 제작: 김진주 기자

사진출처: 한국일보 자료사진, 천우희 인스타그램,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CGV아트하우스, 롯데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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