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침묵’(2일 개봉)은 최민식을 위한, 최민식에 의한 영화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2010년)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년) 등 다수의 작품에서 매번 강렬한 인상을 남긴 최민식은 ‘침묵’에서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프러포즈 할 때의 행복한 모습부터 세상 모든 것을 잃고 느끼는 분노와 참회까지 모든 감정이 최민식의 얼굴로 표현된다.
“새로운 경험이죠. 이를 테면 많은 것들을 감추고 아픔과 고통을 안은 캐릭터의 용의주도함을 보여줘야 하니까요. 임태산이라는 인물은 생애 처음으로 닥친 인간적인 고통을 겪습니다. 늦은 나이에 찾아온 사랑을 졸지에 잃어버리죠. 이런 고통과 데미지 속에서도 기업을 지켜나가고자 하는 사업가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이죠. 한 번쯤 꼭 해 볼만한 가치를 느낀 인물이에요.”
‘침묵’에는 최민식 외에도 박신혜, 류준열, 이수경 등 충무로의 ‘젊은’ 배우들이 함께했다. ‘선배’ 최민식은 후배 배우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함께 술이라도 마실 때면 아양도 떨었다”며 웃었다.
“계급장이라는 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거라 생각해요. 연기를 해야 하는데 서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면 의미가 없잖아요. 계급장을 떼고 캐릭터로 만났을 때 정말 프로페셔널한 친구들이었죠. 늘 영화 작업이 이랬으면 좋겠는데 꼭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침묵’은 너무 고마운 작품입니다.”
극 초반 멜로 연기를 맞춘 이하늬에 대해 “연기에 반했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최민식은 사랑하는 약혼녀이자 유명가수 유나 역을 맡은 이하늬와 나이 차가 무색할 만큼 로맨틱한 멜로를 선보였다.
“재벌 그룹 총수와 연예인의 진실한 사랑을 보여줘야 했죠. 유나는 나이도 많고, 딸도 있는 임태산을 사랑했습니다. 임태산의 딸과 친해지려고 했고요. 그런 미묘한 감정을 이하늬가 잘 표현해줬어요. 유나라는 캐릭터를 가슴으로 받아들였죠. 그릇이 큰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최민식은 ‘침묵’을 통해 ‘해피엔드’(1999년)로 호흡을 맞춘 정지우 감독과 재회했다. 정 감독은 매 작품마다 인물의 심리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연출력으로 인정받았다. 최민식은 정 감독에 대해 “참 변함없는 사람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저나 정 감독이나 꾸준히 영화계에 뭉개면서 이렇게 또 만나는구나 생각이 들었죠(웃음). ‘은교’ ‘4등’ 등 정 감독이 연출한 작품을 보면서 변함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건 딱 정지우가 만든 거야’라고 할 정도로요. 그게 참 반가웠죠. 연출자로서 자신의 주관을 잃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요.”
‘침묵’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다. 전반부는 ‘오만불손’한 재벌 회장의 모습인 임태산의 모습에 중점을 둔 데 반해 후반부로 접어들며 약혼녀 살인사건의 진상이 밝혀진다. 비로소 임태산의 진심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미리 예열되는 슬픔을 철저히 배제한 것 같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돌발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는 그런 정 감독의 의외성이 좋아요. 제가 ‘침묵’의 드라마에 푹 젖어 있었는지는 몰라도요.”
최민식은 유머러스 하면서도 사회의 아픔을 전하는 작품을 만나길 갈망했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꼽으며 한국판 ‘인생은 아름다워’가 제작되길 바랐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의 작품입니다. 우리나라도 질곡의 역사를 지닌 나라지 않습니까. 어느 나라 못지않게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많은데 이런 게 유머러스하게, 그렇다고 가볍지 않게 표현됐으면 좋겠어요. 엄청난 슬픔을 유머로 승화시킨 작품을 만난다면 이 한 목숨 최선을 다해 연기하겠습니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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