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故) 김주혁 추모 열기가 뜨겁다. 고인은 1998년 SBS 공채 탤렌트로 데뷔,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했다. ‘한국의 휴 그랜트’로 불리며 로코부터 멜로, 사극까지 섭렵했다. 연기로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김주혁은 지난 9월 tvN 드라마 ‘아르곤’ 종영 인터뷰에서 “요즘 연기하는 게 재미있다”며 열정을 드러냈다. 스물일곱 다소 늦은 나이에 데뷔해 마흔 여섯 짧은 생을 마감한 김주혁의 인생 드라마를 살펴봤다.
'프라하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은 배우 김주혁을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작품이다. 김주혁은 2005년 방송된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 말단 형사 최상현으로 변신, 대통령 딸 윤재희(전도연)와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그렸다. 갑자기 떠나버린 연인을 찾아 무작정 프라하에 온 상현은 재희를 만나면서 운명을 느끼게 됐다. 상현은 겉으로는 까칠하면서도 속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한 인물. 김주혁의 실제 성격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였다. 김은숙 작가의 특유의 오글거리는 대사를 센스 있게 살리며 여심을 설레게 했다. ‘프라하의 연인’은 시청률 30%를 넘으며 신드롬을 일으켰고, 김주혁은 중국과 일본 등에서 한류 열풍을 주도했다. 또 제4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구암, 허준'
‘구암, 허준’
김주혁은 2013년 MBC 드라마 ‘구암, 허준’에서 아버지인 고(故) 김무생에 이어 허준을 연기했다. 전작 ‘무신’ 이후 6개월여 만에 또 사극을 택한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김무생은 1975년 MBC 일일극 ‘집념’에서 허준을 연기한 적이 있다. 당시 김주혁은 “허준은 나의 운명”이라며 “아버지에 빚을 갚는 기분이다. 아버지께 제사 지내는 기분으로 연기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김주혁은 선 굵은 연기로 사극도 완벽하게 소화했다. 당시 김주혁은 영화 ‘적과의 동침’ ‘투혼’ ‘커플즈’가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며 슬럼프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암, 허준’을 통해 연기 변신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장르 불문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계기가 됐다.
'아르곤'
‘아르곤’
불과 한 달여 전 종영한 ‘아르곤’은 김주혁의 유작이 됐다. 내년 영화 ‘흥부’ ‘독전’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드라마는 ‘아르곤’이 마지막 작품이다. ‘아르곤’은 가짜 뉴스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오직 팩트로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언론인의 삶을 그렸다. 극중 김주혁은 HBC 방송국의 탐사보도프로그램 아르곤의 팀장이자 앵커 김백진 역을 맡아 열연했다. ‘구암 허준’ 이후 4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한 김주혁은 정의롭고 카리스마 넘치는 앵커 그 자체였다. 냉철한 앵커지만 아르곤 수장으로서 팀원들을 보듬을 줄 아는 인간적인 매력까지 드러냈다.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으며 시즌2 요청도 쇄도했다. 김주혁은 “내 연기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30점 정도다. 죽을 때까지 70%만 돼도 성공한 거 아니겠냐”며 “이제는 연기가 길이다. 잘해도 못해도 연기를 하며 살 생각”이라며 천상 배우로서 면모를 보였다. 사진=SBS, MBC, tvN 제공
최지윤 기자 plain@sporbiz.co.kr
[한국스포츠경제 관련기사]
[인터뷰] ‘유리정원’ 문근영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봐 줬으면”
[경제레이다]탄생은 부끄러웠던 연금, 준비 안 하면 노후에 폐지 줍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