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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향기도 찰칵… 보이지 않는다고 사진 못 찍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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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향기도 찰칵… 보이지 않는다고 사진 못 찍나요”

입력
2017.11.06 20:0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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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맹학교 고교부

이민주·이현주·최형락·황채현

봉사단체 사진 교육 받고

서울시청 사진 전시회까지 열어

청주맹학교 고교부에 재학 중인 이현주(앞줄 왼쪽부터 시계반대 방향) 이민주양, 황채현 최형락군이 2일 자신들이 촬영한 사진으로 꾸린 전시가 열린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청주맹학교 고교부에 재학 중인 이현주(앞줄 왼쪽부터 시계반대 방향) 이민주양, 황채현 최형락군이 2일 자신들이 촬영한 사진으로 꾸린 전시가 열린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전시회 연 소감이 어때요?” “에이, 저흰 프로사진가도 아닌데요, 뭘.”

18세 동갑내기 이민주 이현주양, 최형락 황채현군은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자신들의 사진전(지난달 30일~이달 4일)이 열렸던 2일 만난 본보 기자 질문에 꽤나 덤덤하게 답했다. 그러나 얼굴엔 미소가 묻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에겐 사진을 찍고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게 그만큼 큰 도전이었다. 앞을 볼 수 없는 이들은 충북 청주맹학교 고교부에 재학 중이다. 전시 제목도 그래서 ‘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다.

손에 카메라를 난생처음 쥔 건 2014년 늦가을. 의료인 봉사단체인 ‘동의난달’이 학교에 ‘학생들에게 사진을 가르쳐 주고 싶다’고 재능기부를 제안해 오면서다. “어느 날 미술 선생님이 ‘좋은 기회’가 있다며 ‘사진 찍는 법을 배워 볼래?’ 하셨어요!”(현주) 그 순간을 학생들은 또렷하게 기억했다.

그땐 주저했다. “앞이 보이는 사람이나 찍을 수 있는 것”(형락)이란 편견, “보이지도 않는데 무슨 사진이냐”(채현)는 체념 때문이었다. 다행히 ‘13년째 함께하고 있는 친구들과 함께라면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고, 그렇게 한 달에 한 번 사진 교육을 받게 됐다.

먼저 누군가 옆에 꼭 붙어 앞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설명해 주고, 일일이 도움을 줘야 할 것이란 선입견을 깼다. 학생들은 손으로 직접 물체를 만지며 스스로 사진을 찍어 갔다. “첫 수업시간에 서로 얼굴을 만져 보고 난 뒤 셔터를 눌렀어요. 친구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사진에) 어떻게 담겼겠다’ 하는 느낌은 들었죠.”(형락) 소리나 냄새도 카메라에 담았다. ‘볼 수 있는’ 이들의 사진과는 확실히 다른 것이었다. “어느 날 식당에 갔는데 앞에 조그마한 연못 같은 게 있었는지 물소리가 나더라고요.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셔터를 눌렀는데 금붕어 한 마리가 찍혔대요.”(민주) 그렇게 그들이 찍은, 그들만이 찍을 수 있는 ‘작품’이 쌓여 갔다.

최형락 군의 작품 '빗방울 창밖'. 동의난달 제공
최형락 군의 작품 '빗방울 창밖'. 동의난달 제공

전시는 촬영과 또 달랐다. ‘보여 줘도 될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채현군이 “전문사진가 전시에 익숙한 사람들은 저희 사진을 엄청 형편없다고 여길 것 같았다”고 하자 “혹시 욕을 하면 어쩌나 두렵기도 했다”고 민주양이 거들었다. 전시가 끝나면 사진 수업도 사라지지 않을까 슬프기도 했단다. 2015년 첫 전시가 열리고 호평이 쌓이면서 저 고민들은 기우로 끝났다. ‘사진이 너무 좋다’는 얘기가 학생들 귀에 들려왔고, 비치했던 엽서는 동이 났다.

사진 교육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도 카메라를 놓지 않겠다는 게 학생들 말이다. 현주양은 “앞이 보이는 사람만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편견이 (저희로 인해)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아 좋다”고, 쌍둥이 민주양은 “삶에 대한 태도가 도전적으로 변했다”고 했다. “관객들이 우리 사진을 통해 희망을 봤음 좋겠어요. 그게 볼 수 없지만, 우리가 사진을 계속 찍는 이유예요.”(형락)

문득 3년 전, 그들 기억에 자리 잡은 ‘처음 카메라를 만나던 날’이 궁금했다. “카메라가 든 상자를 뜯던 날, 떨려 죽을 뻔 했어요!”(채현) “저는 평생 사진 찍히는 사람으로만 남을 줄 알았는데, 사진을 찍는 사람이 될 수 있다니 꼭 상을 받는 기분이었어요.”(현주) 어릴 적부터 유난히 카메라 셔터 소리를 좋아했다는 형락군은 “꿈이 이뤄진 순간이었다”고 소리쳤다. 3년 전 그날처럼 환하게 웃으면서.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카메라를 든 학생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진 촬영 중이다. 동의난달 제공
카메라를 든 학생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진 촬영 중이다. 동의난달 제공
카메라를 든 학생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진 촬영 중이다. 동의난달 제공
카메라를 든 학생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진 촬영 중이다. 동의난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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