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 “적폐청산 덮자는 것은
정부 포기하라는 말과 같아” 일축
여야는 6일 문재인정부의 첫 예산안 심사를 위해 열린 국회 예결위에서 양보 없는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429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에 대해 소득주도 성장과 복지서비스 확충을 위한 ‘마중물 예산’이라며 정부 원안을 적극 옹호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등 야3당은 미래를 희생하고 현재를 즐기자는 식의 ‘욜로(YOLOㆍYou Only Live Once)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도 특유의 입담을 과시하며 방어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여야가 가장 강하게 충돌한 예산 항목은 공무원 증원이었다. 당정은 한목소리로 공무원 증원은 소방ㆍ경찰 분야에 한정돼 사회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총리는 “대통령 선거 때 주요 후보 모두 공약한 사안으로 놀고 먹는 철밥통 늘리자는 취지는 아녔을 것으로 안다”고 응수했다.
야3당은 정부가 공무원 증원에 들어가는 중장기 재원을 제출하지 않고 있으며 기존 인력의 구조조정 계획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광림 한국당 의원은 “공무원 증원에 따라 월급과 연금 규모를 얼마나 부담해야 하는지 정부는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자료 제출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편차가 커서 추계하기 어렵다”고 했고, 이 총리는 “5년만 내다보는 단견으로 국정운영을 하고 있지 않다”면서 구체적 수치를 제공하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 보전금 편성과 관련해서도 야당은 “퍼주기 예산으로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의 판박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김 부총리는 “타당성 없는 비교”라고 일축했다.
이 총리 특유의 거침 없는 ‘사이다 답변’은 여전히 빛을 발했다. 적폐청산 작업을 우려하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선 “국정질서를 교란한 위법사항이 드러나는데 이를 덮으라는 것은 정부를 포기하라는 말과 다름 없고 직무유기”라고 일갈했다. 박근혜 정권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유용을 놓고 야권이 통치자금은 건드리면 안 된다는 논리를 제시하는 데 대해선 “떡값으로 뿌려졌다면 통치자금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 총리는 또 일부 국무위원들의 발언이 경솔했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이 나오자 “저라면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거나 “좀 더 현명하게 발언했으면 한다”며 조기에 논란을 진화했다. 그러면서 “제가 사실 짜증이 좀 많다”는 농담으로 국무위원들의 기를 살려주기도 했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 8월 이 총리의 질책을 짜증으로 표현하면서 불거진 하극상 논란에 대해 자신을 낮추며 분위기를 띄운 것이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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