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오는 8~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성대하게 준비하고 있다. 중국을 찾은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고의 환대를 받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대내외에 미중 간 공존ㆍ협력의 분위기를 과시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주요 2개국(G2)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6일 외신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첫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자금성 내 건복궁에서 연회를 베풀 예정이다. 건복궁은 청나라의 전성기를 이끈 건륭제가 처소로 사용하던 곳이다. 그에 앞서 건륭제가 서재로 사용했던 삼희당에서 두 정상이 차(茶)를 마신 뒤 자금성 경내를 산책하는 일정도 마련했다. 홍콩 명보(明報)는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회를 베풀 건복궁은 2014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맞이했던 중난하이(中南海: 중국 최고지도부 거주지)의 여름 피서지 잉타이(瀛台)보다 몇 수 위인 곳”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간 ‘브로맨스’를 부각시키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특히 트럼프 대통령 환대 장소로 건복궁과 삼희당을 선택한 건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건복궁은 중국 정부가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한 채 특별한 외교적 용도로만 사용하는 곳으로 2008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부부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접대한 이후 10년 간 미국 측 인사가 들른 적이 없다. 삼희당도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자금성의 정전에 해당하는 근정전에 인접해 있어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상의 예우’를 느낄 만한 요건을 구비한 셈이다. 무려 60년간 재위하며 청나라를 세계 최강국의 반열에 올렸던 건륭제의 처소와 서재란 점에선 은연중 시 주석의 위상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중국은 40여명의 기업인을 동반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사할 각종 선물 보따리도 준비했다. 중국 국영석유회사인 시노펙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기간 중 미국 남부의 송유관 건설 및 에너지 투자 계획을 천명할 예정이고,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상하이(上海) 공장 설립 건도 타결될 전망이다. 대중 무역적자를 비난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는 일종의 성의 표시를 하는 것이다.
중국은 제19차 공산당대회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대북 특사 파견도 보류했다. 내년 초까지 전 세계 30여개국에 특사를 파견할 예정이고, 이미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베트남과 라오스를 방문했다. 관례대로라면 북한에도 특사를 파견해야 하지만 미국 측이 불편해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이를 보류한 것이다.
스모그 없이 깨끗하고 조용한 베이징의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배려도 마련됐다. 당국은 베이징시 일원의 건설공사를 방중 기간 중단시키고 오염 배출 차량의 시내 진입을 차단하고 수도권 내 공장들의 가동을 멈추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시정부는 심지어 바비큐 요리 금지령까지 내렸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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