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들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등 전세계 유명인들이 대거 조세회피처에 투자해온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는 79개국 소재 200여명의 기자들이 참여하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버뮤다의 법률회사 애플비에서 유출된 1,340만개 파일을 입수해 분석한 일명 ‘파라다이스 페이퍼’를 공개하면서 확인됐다.
5일(현지시간) ICIJ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소 13명의 트럼프 대통령 측근이 조세회피처에 투자해 이익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칸 등이다.
특히 로스 장관의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 소유한 회사 덕에 큰 돈을 번 선박회사의 지분을 소유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뉴욕타임스는 “로스가 지분을 갖고 있는 네비게이터홀딩스는 푸틴의 사위와 친구 등이 소유하고 있는 러시아 에너지 기업 시부르와 가스 이송 계약을 맺어 연간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였다”며 “로스가 트럼프 행정부에 참여하기 위에 다른 지분은 처분했지만 해당 투자는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리차드 페인터 전 백악관 윤리자문 변호사는 “법적인 문제를 떠나 미 정부에 있는 누군가가 러시아인들과 거래하는 일로부터 이익을 얻고 있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여왕 역시 왕실 자산을 관리하는 랭카스터공국을 통해 개인 자금을 조세회피처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나 곤욕을 치르고 있다. BBC 등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조세회피처로 알려진 케이만군도와 버뮤다에 약 1,000만파운드(약 146억원)를 투자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또 투자금 중 일부가 주 단위 사용료를 받고 전자제품, 가구 등을 빌려주다 약정기간이 끝나면 물건을 양도하는 업체 브라이트하우스에 흘러 들어간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브라이트하우스는 당장 물건을 구입할 수 없는 경제적 취약계층에게 고이율 장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세회피처 설립에 관계된 한국인도 2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ICIJ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뉴스타파는 조세회피처 설립 서류에 한국 주소를 기재한 한국인은 197명, 한국인이 조세회피처에 세운 법인은 90곳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유출 문서에서 효성그룹과 연루된 페이퍼컴퍼니가 발견됐으며,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와 현대상사가 조세회피처 케이만군도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거래를 한 내역도 확인됐다.
이 밖에 북한 기업인 송성희의 이름이 조세회피처 몰타의 법인 등기 서류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뉴스타파는 몰타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 코말임포트앤익스포트컴퍼니의 대표로 나와 있는 송씨의 주소가 평양시 모란봉구 월향동으로 명기됐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이 국제사회 제재를 피해 외화를 조달하려는 목적으로 이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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