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일 기간 일본과 대북(對北)동맹 구도는 안심시키면서도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관계를 이룰 것”이라며 대일 무역적자 언급을 포기하지 않자 일본 내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방일한 트럼프 대통령을 융숭히 대접했음에도 통상분야에서 소득을 얻지 못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오전 주일 미국대사관에서 열린 미ㆍ일 기업 경영자 대상 간담회에서 “현재 미ㆍ일 무역은 자유롭지도 호혜적이지도 않다”라며 “일본과의 무역 과정에 대한 교섭을 이미 시작했다”고 압박했다. 또 미국 자동차가 일본에서 거의 팔리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하며 일본 자동차 기업들을 향해서도 “차를 수출하는 대신 미국 내에서 차를 만들어보라”고 지적했다가 언론의 빈축을 샀다. 일본자동차산업협회(JAMA)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북미에 수출된 일본 브랜드 자동차의 4분의 3이 미국 내에서 조립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기 세일즈 압박도 일본 언론들의 비난을 샀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아주 많은 무기장비를 구매하면 북한 미사일도 떨어트릴 수 있을 것”이라고 하자 산케이(産經)신문은 즉각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대일무역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탄도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포함한 미국산 첨단무기 구매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전날부터 이미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 지나치게 ‘올인’하는 외교를 추구했다는 비판을 내놓기 시작했다. 일본 자민당 내 반(反) 아베 진영의 거두이자 차기 집권이 유력시되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5일 기자회견에서 “정상들의 신뢰 관계가 깊은 건 좋지만 만약 트럼프의 미국 내 지지가 떨어지면 어쩔 것인가”라고 어깃장을 놓았다. 민진당 출신이자 현 희망의당 소속인 와타나베 슈(渡邊周) 전 방위부장관도 후지TV에 출연해 “다른 국가들은 트럼프 정권과 거리를 두는 것을 모색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언론도 비판에 가세했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지나친 대미외교 일변도인 아베 총리의 외교에 우려를 표명하며 “대북 문제에 있어서는 중국 및 한국과의 관계도 중요한데 이에 대한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