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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청, 조형물 설치 중 이인성 기념비 훼손 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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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청, 조형물 설치 중 이인성 기념비 훼손 물의

입력
2017.11.0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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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ㆍ기념사업회 거센 반발

중구청 “조형물 설치업자 실수로

파손 정도 심해 파쇄 후 폐기물 처리

사진 토대로 새로 제작할 것” 밝혀

유족 측 “공사 중단 후 대구 대표예술가

기념공간 조성 요청했는데…” 울분

이채원 이인성기념사업회장이 6일 오후 대구 중구 봉산문화거리 입구에서 기념비가 서 있던 자리를 가리키고 있다. 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이채원 이인성기념사업회장이 6일 오후 대구 중구 봉산문화거리 입구에서 기념비가 서 있던 자리를 가리키고 있다. 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철거 전 이인성 기념비. 중구청은 오른쪽 조형물 대신 새로운 거대상징조형물 설치공사를 하다가 기념비를 훼손했다. 이인성기념사업회 제공
철거 전 이인성 기념비. 중구청은 오른쪽 조형물 대신 새로운 거대상징조형물 설치공사를 하다가 기념비를 훼손했다. 이인성기념사업회 제공
이인성기념사업회 회원들이 지난 2일 기념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중구청을 성토하고 있다. 이인성기념사업회 제공
이인성기념사업회 회원들이 지난 2일 기념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중구청을 성토하고 있다. 이인성기념사업회 제공
이인성 기념사업비가 있던 자리에 세워진 거대한 봉산문화거리 상징조형물.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이인성 기념사업비가 있던 자리에 세워진 거대한 봉산문화거리 상징조형물.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대구 중구청이 봉산문화거리 정비사업을 한다며 천재화가 이인성(1912-1950) 기념비를 파손했다. 유족 측의 공사 중단과 잔해 반환 요구를 무시한 채 거대 조형물 설치공사를 강행해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대구 중구청과 이인성 화가 유족 등에 따르면 대구 중구 건들바위 인근 봉산문화거리 남쪽 입구에 설치돼 있던 이인성 선생 기념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기념비는 1995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미술의 해’를 맞아 대구가 낳은 천재화가 이인성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가로 70cm 세로 50㎝의 기념비엔 ‘태평로 3가 56은 1940년 전후 이인성 선생이 작품 활동을 하였던 곳으로 그 역사성을 기념하여 여기에 표석을 세운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이인성 선생은 한국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서양화가다. 1935년 조선미술전람회 창덕궁상을 수상하는 등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1950년 귀가하다 검문 경찰과 시비 중 총기오발로 39살의 나이에 요절했다. 화랑가에 따르면 그의 작품은 호당 1억~1억5,000만원 이상 호가할 것으로 추정한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말 중구청이 봉산문화거리 일대 거리 정비사업 과정에 발생했다. 기념비 옆에 있던 기존 조형물을 철거하고 새로운 조형물 설치를 위한 기초공사 중 중장비로 파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구청 관계자는 “파손 정도가 심해 4일 이인성 선생 유족에게 사실을 알리고 완전 철거했다”며 “훼손된 비석은 완전 파쇄 후 폐기했다”고 말했다. 또 “사고 전 비석 사진을 가지고 있고, 동일한 크기와 내용으로 만들어 같은 자리에 재설치하겠다고 유족 측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중구청이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정부가 설치한 기념물을 훼손한 것도 모자라 유족과 이인성기념사업회 회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거대 조형물 설치를 강행했다는 점이다. 새 ‘봉산문화거리 상징 조형물’은 쇼핑백을 든 시민이 걸어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높이가 5.3m나 된다.

중구청은 지난달 말 기념비 파손 후 지난 2일 이인성 선생 유족과 이인성 기념사업회 회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4일 전격적으로 새 조형물을 설치했다. 회원 30여 명은 지난 2일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제18회 이인성미술상 시상식 참석차 대구에 왔다가 기념비 훼손 소식을 듣고 현장을 둘러본 뒤 중구청에 공사 중단을 요청했다. 대신 그 자리에 대구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기념공간으로 조성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선생의 아들이면서 기념사업회 회장인 이채원(67)씨는 “지난달 말 중구청으로부터 훼손 연락을 받고 ‘기념물로 보관할 계획이니 잔해물이라도 달라’고 했지만 하위직 핑계만 대며 주지 않고 있다”며 “공사중단을 요청했는데 지난 4일 새 조형물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또 “4일은 아버지 기일로, 이는 아버지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대구는 말로만 미술의 도시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인성아트센터대구본부도 6일 발표한 ‘근대역사 파괴하는 정체성 없는 대구미술’ 성명서를 통해 “대구미술 행정의 이러한 역사인식 부재와 난개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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