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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에 남은 ‘쪽지문’ 단서…14년 전 살인범 찾아

입력
2017.11.0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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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남루한 행색 남자 싫은 소리 듣자 범행”

피의자 범행 직후 자살 결론…공소권 없음 송치

9월에도 쪽지문 분석 통해 강릉 살인사건 해결

14년 전 강원 원주에서 발생한 '맥심 다방 여주인 살해사건'의 피의자를 지목하는데 결정적인 단서가 된 쪽지문. 강원경찰청 제공
14년 전 강원 원주에서 발생한 '맥심 다방 여주인 살해사건'의 피의자를 지목하는데 결정적인 단서가 된 쪽지문. 강원경찰청 제공

물컵에 남은 1.5㎝ 가량의 ‘쪽지문(일부분만 남은 조각지문)’이 14년간 미궁에 빠져 있던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지목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하지만 피의자는 범행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법정에는 설 수 없게 됐다.

강원지방경찰청 미제사건범죄수사대는 2003년 발생한 ‘원주 맥심 다방 여주인 피살사건’의 피의자로 A(당시 40세)를 특정했다고 6일 밝혔다.

이 사건은 14년 전인 2003년 11월16일 오후 4시쯤 일어났다. 당시 다방 여주인 이모(당세 56세)씨가 가슴과 목 등 10곳을 흉기에 찔려 숨져 있는 것을 지인 황모(당세 54세ㆍ여)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씨의 목걸이 등 금품을 훔쳐가지 않은 점 등을 토대로 면식범이나 원한에 의한 범행에 무게를 두고 주변 인물들을 수사했다.

그러나 수사는 난항에 빠졌다. 다방 테이블에서 확보한 지문의 ‘융선(지문을 이루는 곡선)’이 뚜렷하지 않았던 데다, 사건 현장과 주변 도로에 폐쇄회로(CC)TV가 없어 이렇다 할 단서를 찾기 못했기 때문. 이렇게 사건은 14년 간 미제로 남게 됐다.

미제사건 해결에 나선 경찰은 지난 9월21일 물컵에 남아 있던 1.5㎝ 가량의 쪽지문과 흉기 등 증거물에 대한 재감정을 의뢰했다. 크기가 작은 지문이라도 융선의 특징점이 있다면 피의자를 찾아낼 수 있다는 기대에서였다. 실제 경찰은 쪽지문 분석을 통해 앞서 올해 9월 2005년 5월 13일 강릉 구정면에서 발생한 60대 여성 살인사건의 피의자를 12년 만에 검거해 재감정에 희망을 걸고 있었다.

감정을 의뢰한 지 일주일 뒤 강원경찰청은 ‘다방 현장 쪽지문이 A씨의 지문과 일치한다’는 경찰청의 통보를 받자 재수사에 속도를 냈다. 당시 종업원 등을 통해 숨진 여주인이 남루한 행색으로 가끔 다방을 찾은 A씨에게 싫은 소리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A씨가 결혼 실패 후 환청과 환각 등의 증세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실도 파악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혈흔이 묻은 족적과 출입문 손잡이, 계단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혈흔 등을 A씨가 이씨를 살해 뒤 도주한 흔적으로 추정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정신과 치료를 받아 오던 A씨가 다방에 좋지 않은 대우를 받자 앙심을 품고 미리 준비한 흉기로 살해한 뒤 도주한 것으로 결론 지었다.

하지만 A씨는 범행 다음 날인 2003년 11월 17일 충북 청주의 한 모텔에 투숙해 스스로 극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피의자가 사망함에 따라 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강원경찰청 관계자는 “비록 피의자 사망으로 공소권은 없어졌지만 14년 만에 피의자를 특정하고 사건의 실체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남은 장기 미제 강력사건도 끈질기고 면밀한 수사를 통해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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