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원 줄어든 230억원 편성
복지부 늑장 지급 반복하면서
의료기관 진료 기피 우려도
한해 35억~76억원. 저소득 장애인들을 치료해준 병원들이 정부에서 못 받은 금액, 즉 외상이다. 역으로 말해 장애인들의 수요가 높아 꼭 필요한 제도라는 뜻이다. 이 같은 ‘저소득 장애인의 의료비 지원사업’ 내년도 예산이 올해보다 16.3%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8년도 예산안 보건복지위원회 분석’ 자료를 보면, 장애인 의료비 지원 사업 내년 예산은 올해(275억7,500만원)보다 45억 300만원(16.3%) 줄어든 230억7,200만원으로 편성됐다. 보건복지부는 1990년부터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 장애인의 의료비 본인부담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혜택 대상이 되는 장애인이 병원 등을 이용하면, 이후 해당 의료기관에서 정부에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매년 예산이 필요한 금액보다 적게 편성되면서 2013년 35억, 2014년 73억, 2015년 76억, 2016년 36억원의 미지급금이 발생해왔다. 올해 역시 70억원 가량의 예산 부족이 예상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내년도 예산안에는 전년(올해)의 미지급액조차 편성되지 못했다. 2017년 예산안에는 전년도 미지급액 59억9,200만원이 포함됐었다. 때문에 내년 예산으로 올해의 미지급액을 우선 상환해야 할 상황이라, 정작 내년 예산 부족이 악화해 미지급금이 확대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복지부는 그 동안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미지급금을 충당해 왔기 때문에 실제 지원은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획재정부 등 재정당국에서 정확한 추계가 어렵고 부정수급 관리 강화 등 예산 절감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예산 증액에 선을 긋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복지부가 저소득 장애인의 의료비를 뒤늦게 지급하는 관행을 반복하면서 결국 의료기관이 장애인 진료를 기피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료기관이 해당 의료비를 청구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ㆍ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급 심사 및 결정 후 소속 지방자치단체를 거쳐서야 지급돼 절차도 복잡하다.
권순진 국회 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국가가 의료기관에 대해 채무 상환을 지연하는 셈인데, 이자를 따로 지급하지도 않는다”면서 “미지급금으로 영세병원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저소득 장애인 환자에 대한 진료 기피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권 분석관은 “예상되는 부족액을 감안해 적정 예산을 반영, 미지급금 발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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