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쟁이” “겸손 안해” 맹비난
공화당 출신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부자가 지난해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를 뽑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이들은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 전직 대통령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현직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쏟아 내기까지 했다.
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부시 전 대통령 부자는 미 역사 작가인 마크 업디그로브가 이들을 인터뷰해 14일 출간하는 ‘마지막 공화당원들’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은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제41대 대통령을 지낸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는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에게 투표했고, 제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아들 부시)는 누구에게도 투표하지 않았다.
아버지 부시는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지난해 5월 “나는 그(트럼프)가 싫다. 그를 잘 모르지만, 허풍쟁이(blowhard)라는 건 안다. 그가 지도자가 되는 것에 전혀 들떠 있지 않다”고 말하며 트럼프에 대한 강한 반감을 표현한 바 있다. 아들 부시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나의 조언자’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 “이 친구는 대통령이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모른다”고 꼬집으며 공격에 가세했다. 그는 또 “겸손은 우리 집안의 유산인데, 트럼프에게서는 그걸 찾아볼 수 없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깎아내렸다.
이와 관련 업디그로브는 “조지 W. 부시는 더 큰 이익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며 자라왔지만, 트럼프는 나르시시즘(자아도취)에 빠진 인물이다. 트럼프의 브랜드는 부시 브랜드와 정반대의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 비판의 배경을 설명했다. CNN은 부시 부자의 이 같은 언급에 대해 “전직 대통령들이 트럼프에 대해 이처럼 냉혹한 단어를 사용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민은 특수한 이익에 묶인 평생 정치인 대신 긍정적이고 필요한 진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아웃사이더’를 뽑기 위해 투표했다”며 “만약 미국민이 수 십년 간 지속돼 온 값비싼 비용에 관심이 있었다면, 국민보다 정치에 더 관심 있는 또 다른 기성 정치인이 승리했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승리에 의미를 부여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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