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김대섭/사진=KPGA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한국 오픈의 사나이’로 불리던 김대섭(36)이 선수로는 다소 이른 나이에 은퇴한다. 최경주(47ㆍSK텔레콤)가 여전히 현역에서 뛰고 있고 최진호(33ㆍ헌대제철)는 KPGA를 호령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1981년생인 김대섭의 은퇴는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KPGA 통산 10승을 올린 김대섭은 지난 3일 투어 챔피언십이 열리는 경기 여주시 솔모로 컨트리클럽에서 동료 선수와 가족, 골프 관계자 등의 격려 속에 은퇴식을 가졌다. 김대섭은 은퇴 인터뷰에서 “코리안 투어에서 이렇게 은퇴식을 하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행운아라는 생각이 든다”며 “2~3년 전부터 은퇴를 생각해왔다. 박수칠 때 떠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20~30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저 그런 선수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돌아보면 김대섭의 골프 인생은 짧지만 굵었고 파란만장했다. 그는 청소년 시절부터 천재성을 인정받던 유망주였다. 1998년 서라벌고 2학년 때 한국 골프 최고 권위의 메이저 대회인 한국 오픈을 덜컥 우승했다. 얼굴에 여드름이 난 앳된 얼굴의 소년 챔피언이었다.
성균관대에 다니던 2001년 그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또 한국 오픈에서 우승했다. 그는 2002년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이 유력했으나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태극 마크의 꿈을 접고 프로로 전향했다. 그는 “부모님이 노점상을 할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프로 전향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회상했다.
프로에서도 잘 나갔다. 2002년과 2005년 KPGA 선수권 대회와 2012년 한국 오픈 정상에 서는 등 통산 10승 중 메이저 대회에서만 5승을 수확했다. 그러나 2006년부터 슬럼프에 빠졌다. 우승은커녕 컷 통과에 급급했다. 2006년 상금 랭킹 26위, 이듬해에는 48위로 떨어졌다. 김대섭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돌아봤다.
이 기간 김대섭의 골프 인생에는 결혼과 성대결이라는 두 개의 큰 이벤트가 있었다. 결혼 직후 슬럼프는 드라이버 입스(공포증) 때문이었다. 김대섭은 “공이 두 개로 보이기도 했다”면서 “거리 증가를 위해 스윙을 바꿨는데 그러면서 입스가 찾아왔다”고 고백했다.
김대섭하면 미셸 위(28ㆍ미국ㆍ한국명 위성미)와 벌인 세기의 성대결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06년 5월 SK 텔레콤 오픈에서 당시 10대 천재 골프 소녀로 선풍적인 인기 몰이를 했던 미셸 위와 성대결을 펼쳤다. 둘을 보기 위해 구름 관중이 몰렸으나 김대섭은 정작 승부보다 비거리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여성이지만 300야드(약 274m)를 쉽게 때리는 미셸 위에게 비거리가 뒤졌기 때문이다. 전성기 시절 ‘쇼트게임의 귀재’라는 별명처럼 김대섭은 사실 비거리보다 정확성에서 두드러지는 스타일이다. 공교롭게 이후 슬럼프에 빠진 것과 관련해 김대섭은 “주변에서는 그 후로 내 골프가 망가졌다고 놀렸는데 참 타이밍이 그랬다”고 웃어넘겼다.
김대섭은 은퇴 후 골프 교습가로 새롭게 출발한다. 지도력은 벌써부터 빛을 발하고 있다. 김대섭의 제자 중에는 2016년 세계 최초로 US 여자 주니어 챔피언십과 US 여자 아마추어 선수권을 동시 석권한 성은정(18ㆍ영파여고)이 있다. 12살인 큰 아들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골프 선수를 시킬 생각이다. 김대섭은 “좋은 선수를 키워내고 싶다”며 “투어에서도 그랬듯이 스윙 코치로도 역시 김대섭이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포부를 다졌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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