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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온다… 가방엔 ‘미국 우선주의’ 3종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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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온다… 가방엔 ‘미국 우선주의’ 3종 핫이슈

입력
2017.11.04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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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북핵ㆍ中 포위ㆍ통상 압박

‘미국 이익 증대’ 순방 목표 밝혀

中 겨냥해 인도-태평양 전략 언급

동맹국에 통상 압박 ‘엇박자’ 지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대통령으로선 26년 만에 가장 긴 13일간의 아시아 5개국 순방 일정에 돌입했다. 1991년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 이후 가장 긴 시간 동안, 200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이후 가장 많은 아시아 나라를 방문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발 직전 필리핀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키로 결정해 당초 12일 일정 보다 하루가 더 늘었다. 사실상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로 권력을 더욱 탄탄히 굳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상대로,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면서 미국의 아시아 리더십을 공고화하려는 긴 여정이다. 당대회 이후 아시아 영향력 확대에 다시 시동을 건 시 주석과 시기상 정면 충돌하는 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아시아 전략이 여러 엇박자를 노출하고 있어 미국 내에서도 우려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게 나온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일 이번 순방의 세 가지 목표로 밝힌 것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 결의 강화, 인도ㆍ태평양 지역의 자유개방 증진,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ㆍ경제적 관행을 통한 미국의 이익 증대이다. 돌려 말하면 이번 순방의 핵심 키워드가 북핵ㆍ중국 포위ㆍ통상 압박을 통한 ‘미국 우선주의’로 요약되는 것이다.

맥매스터 보좌관이 최우선 과제로 밝힌 북핵 압박은 순방 일정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일본에서 납북 피해자 가족을 만난 뒤 8일 한국 국회 연설에서 국제 사회의 전면적인 대북 제재 압박을 촉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8일부터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해법 담판을 짓는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중국은) 유엔 제재 결의안을 넘어서 훨씬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원유공급 중단 등 중국의 대북 레버리지를 최대치로 압박하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순방길 출발에 앞서 진행된 2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우리가 해결해낼 문제이다”라며 “만약 우리가 이를 풀지 못한다면 북한에 크게 즐겁지 못한 일이 될 것이며, 그 누구에게도 즐거운 일이 되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아시아 순방 일정이 북핵 해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으면서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에 대한 압박도 이뤄질 것이란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3일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을 위해 전용기(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3일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을 위해 전용기(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중국에 대한 압박은 북핵 문제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순방이 포괄적인 차원에선 중국 자체를 겨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번 순방은 인도ㆍ태평양 지역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헌신을 보여주는 거대한 기회다”라며 ‘인도ㆍ태평양 전략’의 일단을 드러냈다. 최근 트럼프 정부의 새로운 아시아정책 브랜드로 떠오른 인도ㆍ태평양 전략은 일본, 호주 등을 근간으로 한 기존의 아시아ㆍ태평양 정책에 인도까지 결합시켜 중국의 확장을 포위하는 전략적 공간을 더욱 넓힌 것이란 해석이 중론이다. 실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9월 인도를 방문해 미ㆍ인도 군사협력을 논의한 데 이어 지난달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인도를 방문했다. 특히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해오던 틸러슨 장관은 인도 방문에 앞서 가진 연설에서 중국을 ‘비민주적 사회’로 노골적으로 비판하며 “미국과 인도가 인도ㆍ태평양 동쪽과 서쪽의 등불로 기여해야 한다”며 미ㆍ일ㆍ호주ㆍ인도로 이어지는 4축의 군사협력까지 시사했다. 대중 강경파와 온건파가 혼재했던 트럼프 정부가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강경 기조로 전환하는 기색이 뚜렷해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공정하고 열린 인도 태평양 정책’에 관한 연설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이 같은 비전이 상호 충돌하는 외교안보ㆍ통상 정책들 사이에서 힘을 받을지에 대해 미 내부에서부터 회의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트럼프 정부는 이번 순방에서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등 동맹국에조차 통상 압박을 예고했다. 이미 1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고 각종 무역협정 개정에 나선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것이다. 마이클 그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최근 포린폴리시 기고에서 미국의 TTP 탈퇴 등과 대비해 중국이 호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사례를 들며 “미국은 경제적 룰 제정자로서의 리더십을 양도했고 중국이 그 키를 쥐고 있다”며 ‘인도 태평양 전략’의 엇박자를 지적했다.

참모들의 대중 강경 발언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시 주석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여러 차례 호감을 드러낸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압박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필리핀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정상회의에만 참석한 뒤 이튿날 열리는 EAS에는 참석하지 않고 떠나기로 한 것을 두고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백악관은 이를 의식한 듯 순방 출발 직전에서야 EAS 참석 일정을 확정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에반스 메데이로스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정책 담당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관된 아시아 전략을 갖고 있는지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특검 수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점차 조여오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순방이라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성과 위상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 언론들은 백악관 내부에서조차 이런 우려로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리아나 매스트로 조지타운대 교수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급격한 리더십 하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엇갈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 성과에 대한 전망과 별개로 이번 순방 타킷인 북핵, 중국 포위, 통상 압박 모두 한국과 밀접하게 결부돼 있어 한국 정부로선 고도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대목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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