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광화문이 궁금해?] 한중, 한번 깨진 그릇은 다시 붙여도 실금 남는다는데…
알림

[광화문이 궁금해?] 한중, 한번 깨진 그릇은 다시 붙여도 실금 남는다는데…

입력
2017.11.04 04:40
12면
0 0

靑 “중국 정책은 무쇠솥 같다”

보복해제 서서히 나타난다지만

갈등 풀었다기엔 아직 물음표

文정부의 장밋빛 전망은 곤란

‘한미 공동으로 사드 운영’ 등

中, 무리한 요구로 계속 압박

합의 후 한중 군사채널 가동

“美 믿지 못하겠다” 의중 반영

/한국과 중국이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ㆍ사드) 한반도 배치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을 봉합하고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한 10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중국문화원에 태극기와 중국 오성기 뒤로 '중국이야기 2017'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한중 양국 정부 발표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갈등이 16개월 만에 봉합됐다.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지만 한국이 너무 양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드 합의 막전막후를 살펴보기 위해 청와대, 외교안보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달빛 사냥꾼(달빛)= 사드 갈등은 언제부터 풀리기 시작한 건가요.

삼각지 미식가(미식가)= 7월이 분수령이었다고 합니다. 사드 잔여 발사대 4기 임시 배치협의가 시작되자 내심 문재인 정부의 전향적 태도를 기대했던 중국으로서도 "아, 이제 끝났구나" 하며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했다고 합니다. 남관표-쿵쉬안유 채널이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던 것도 그쯤이라고 합니다.

큰기와집 더부살이(더부살이)= 남관표-쿵쉬안유 채널뿐 아니라 청와대와 정치권이 입체적으로 뛰었죠. 정의용 안보실장은 양제츠 중국 국무위원뿐 아니라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도 수시로 만났다고 합니다. 문 대통령의 중국 특사로 갔었던 이해찬 전 총리도 수차례 중국을 극비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노영민 신임 주중 한국대사도 문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는 데 기여했다고 합니다.

달빛= 외교적 교착상태가 풀린 결정적 이유는 무엇인가요.

판문점 메아리(메아리)= 당대회 이후 신형국제관계를 만들어야 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판단이 영향을 줬죠.

내년에도 가을야구(가야)= 다음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중일 순방을 앞두고 중국이 사드를 놓고 한국과 으르렁대는 모습을 보이는 건 상당한 부담이죠. 미중 정상회담이란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는 판이니 일단 잔불은 정리해 놓고 큰 구도에서 미국과 일전을 치르려는 계산도 있었겠죠.

더부살이= 청와대에서는 정작 한국 언론이 한국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치가 결코 낮지 않다는 거죠. 한미일 관계가 긴밀해지면 동아시아 역학 구도상 중국도 곤란해지고, 주요 교역 대상국인 한국에 대한 지속적 경제 압박 조치가 부담스럽긴 중국도 마찬가지라는 얘기입니다. 중국도 중국 나름대로 한중관계를 빨리 풀어야 할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죠.

달빛= 협상 과정에서 가장 큰 고비는 언제였다고 하나요.

미식가= 사드가 중국을 향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술적으로 보증하라는 중국의 요구였던 것 같습니다. 사드 발사대를 중국에 공개할 수도 없는 정부 입장에선 이를 설득하는 게 가장 애먹은 일 중 하나였다고 하네요. 이번 합의 후 양국 군사채널을 가동한다고 해둔 것은 중국의 그런 요구가 강력했다는 흔적인 셈입니다.

가야= 중국은 두 가지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해요. 하나는 사드 운용을 한미가 공동으로 하라는 거였죠. 미국을 믿지 못하겠다는 얘기입니다. 사드 레이더가 모드만 바꾸면 최대 2,000km까지 탐지할 수 있다는 게 중국이 계속 우려하던 부분이죠. 그러니 중국이 그나마 얘기가 통하는 한국을 사드 운용에 끌어들이려 한 거죠. 다른 요구는 사드가 중국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데이터를 달란 것이었다고 합니다. 주한미군 무기인 사드에 대해 한국이 뭘 준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죠. 이처럼 중국은 우리측을 시험에 들게 하며 강하게 압박했다고 합니다.

미식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우리 정부는 이미 지금 수준의 합의문을 고려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국이 사드 철회를 요구하는 바람에 협의가 길어진 측면이 있죠. 합의문 중 중국이 ‘한국 입장에 유의한다(take note of)’고 한 대목이 핵심이라고 외교당국에서는 이야기를 합니다. 중국이 그간 한 번도 밝히지 않았던 입장이기 때문이죠. 반면 한국은 ‘사드는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 등 그간 유지했던 입장 그대로 달라진 게 없다고 하니 그리 손해 본 장사는 아니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달빛= 합의 발표 후 가장 많은 지적은 왜 중국은 사드 경제보복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죠.

메아리= ‘양국 관계를 해칠 만한 뭔가를 하지 않겠다’고 중국이 사과한 선례가 없다고 합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사드 경제보복은 자기들이 시킨 게 아니라 기업과 지방정부가 자발적으로 한 조치라는 입장입니다. 우리가 계속 그걸 요구했을 경우 중국도 우리에게 자기들 안보 이익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을 수도 있습니다. 보복 사과 요구는 양날의 칼이었던 셈입니다.

고구마와 사이다(사이다)= 중국은 당초 정부 차원의 조치가 아닌 국민들의 반발이라는 입장이었어요. 발뺌하는 것이지만 이를 강하게 제기하면 관계 회복 속도가 느려지거나 협의 과정에서도 또다른 명문화 요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피한 것 같습니다. 다만 정부는 여러 경로를 통해 중국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취한 일련의 조치들을 해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의 정책을 ‘무쇠솥’에 비유하더군요. 보복 조치 해제는 양국 관계 개선 흐름에 따라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달빛= 정부가 미국 미사일방어망(MD) 참여,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동맹 발전 등을 하지 않는다는 3불(不) 원칙을 확인했는데 그 이유는 뭘까요.

메아리= 중국이 한미일 세 나라의 결속을 불편해하기는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세 가지를 안 하겠다고 명문화하는 대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적절하게 구두로 설명하는 방식을 택했죠. 못박으면 부담이니까요. 그리고 중국이 하지 말라고 한 건 군사협력이지만 우리가 안 하겠다고 한 건 군사동맹입니다. 향후 중국이 문제 삼았을 때 빠져나갈 구멍은 파 놓은 셈입니다.

달빛= 청와대가 지난달 31일 양국 협의 발표 내용을 이후에 수정하기도 했죠.

사이다= 발표 내용에는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한 중국의 우려’라는 부분이 있어요.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백그라운드브리핑 중 ‘한미일 군사훈련 중단’이라고 설명을 했다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정정한 건데요. 미사일 경보훈련 등 인도적, 방어적 차원 훈련은 계속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달빛= 합의 후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언제든 재발할 것이라는 예상도 많습니다.

메아리= 경제보복도 곧 철회되고 시진핑 주석이 내년 평창올림픽 시기에 맞춰 방한하도록 우리 외교부는 애쓰겠죠. 하지만 양국 관계가 사드 파동 이전으로 돌아가긴 어려우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한 번 깨진 그릇은 다시 붙어도 흉이 남는 것처럼요.

사이다= 갈등을 풀었다고 보기엔 아직은 물음표가 남아 있는 거 같습니다. 한 여권 인사는 ‘자동차를 타고 가는데 길 앞에 큰 돌이 있을 때 이를 치우고 갈 수도 있지만, 이를 비켜서 간 다음 나중에 치우는 방법이 있다’고 하더군요. 한중 간 현안이 사드만 있는 건 아니니 우선 한중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트는 게 더 중요했다는 논리겠죠.

가야= 중국이 청구서를 내밀 수 있죠. 정부가 마치 문제가 해결된 것마냥 장밋빛에 젖어 샴페인을 터뜨려선 곤란하다고 봅니다. 중국의 집요함은 우리가 익히 경험해 알고 있지 않나요. 면밀히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