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3일 ‘정치적 1호 당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명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로 박 전 대통령 당적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4월 기소돼 당원권이 자동 정지된 지 6개월 여만이다. 앞서 한국당은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박 전 대통령 제명안을 논의했으나 친박계가 표결 처리를 주장하며 맞서자 홍 대표에게 결정을 위임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 여론이 만만찮은 현실을 감안, 최고위 전체가 정치적 부담을 떠안는 대신 홍 대표에게 위임하는 방법을 택했다.
5년 단임제 시행 이후 노태우 전 대통령 등 6명이 자진 탈당했으나 징계 출당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에 앞서 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에 입당해 ‘차떼기’ 위기를 ‘천막 당사’로 극복했고, 2012년에는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꿔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20년 만에 당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이로써 한국당이 대선 패배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발판은 마련된 셈이다.
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정리함에 따라 바른정당 통합파와의 재결합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간 바른정당 통합파는 박 전 대통령 출당을 한국당 복귀를 위한 최소한의 명분으로 요구해 왔다. 바른정당 통합파를 이끄는 김무성 의원은 6일께 탈당을 결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의원 20명 중 8명 안팎이 가담할 것이라는 관측에 비추어 바른정당 잔류파와 국민의당 간 통합 논의도 가속화해 본격적 정계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지난 총선으로 형성된 다당제가 ‘촛불혁명’ 이후의 민심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보수 통합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하지만 제대로 된 보수 통합이라면 ‘국정농단’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환골탈태가 전제돼야 한다. 지금의 통합 움직임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커 보인다. 홍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을 ‘박근혜당’으로 가두려는 정부여당의 프레임에 갇혀 내년 선거 때 싸우기 어렵다”고 말한 것도 통합 추진이 정치공학적 논리에 따른 것임을 보여 준다.
보수가 제대로 서려면 단순한 이합집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과거 잘못에 대한 진솔한 사과를 토대로 기존의 낡은 이념과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젊은 인재를 수혈해 안보와 민생을 책임지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등 보수 혁신의 청사진을 보여 줘야만 한다. 지금처럼 정부 발목잡기로 일관하는 퇴행적 행태를 반복하는 한 국민의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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