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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계기 중국ㆍ베트남 신경전

입력
2017.11.0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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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계기 중국ㆍ베트남 신경전

베트남, 분쟁 섬 구조물 불법설치 중국 비난

중국, “시 주석 2기 ‘첫 방문지’는 베트남” 협력 강조

남중국해 파라셸 군도 까이섬의 위성 사진. 베트남은 중국이 해당 섬에 군사 시설을 확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언론들은 "중국이 몰래 불법 건축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래가 최근 사진이다. 탄닌 캡쳐.
남중국해 파라셸 군도 까이섬의 위성 사진. 베트남은 중국이 해당 섬에 군사 시설을 확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언론들은 "중국이 몰래 불법 건축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래가 최근 사진이다. 탄닌 캡쳐.

내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협력체(APEC) 정상회의 앞두고 중국과 베트남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베트남 관영 언론들은 남중국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의 불법행위를 연일 보도하고 있고, 행사에 앞서 베트남을 찾은 중국 외교수장은 베트남과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며 반중 여론 무마에 나섰다. 베트남이 국제 행사를 앞두고 언론을 통해 특정국을 자극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3일 베트남 정부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APEC 정상회의를 일주일 가량 앞두고 사흘 일정으로 전날 베트남을 찾았다. 첫 일정으로 팜 빈 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장관을 만나 양국 관계 발전 방안을 비롯한 관심 현안을 논의했다.

현지 일간 탄닌은 왕 부장이 “시 주석이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이후 첫 해외 방문지로 베트남을 결정한 것은 베트남과의 협력을 매우 중시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민 부총리는 중국과의 협력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남중국해 영유권 사태와 관련해 양측이 평화적 분쟁 해결을 위한 협상을 지속하고, 분쟁을 키우거나 사안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왕 부장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지난 8월 초 동남아국아연합(ASEANㆍ아세안) 외무장관 회의를 계기로 필리핀 마닐라에서 회담을 갖기로 했다가 중국의 요청으로 돌연 취소된 바 있다. 당시 아세안 10개 회원국 외교장관이 회원국인 베트남 요구를 반영해 예상보다 강한 어조로 남중국해 영유권 사태를 공동성명에 언급하자 중국이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베트남 방문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며 “베트남이 미국으로 쏠리는 듯한 지금 분위기를 중국은 어떤 식으로든 막아볼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재 베트남은 미국, 중국과의 정상회담 일정에 대해서 확인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 관영 매체들은 최근 남중국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의 불법행위를 집중 보도하면서 중국에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현지 일간 탄닌이 1일 남중국해 파라셸 군도(중국명 시사(西沙)군도ㆍ베트남명 호엉 사 군도) 까이섬에서 중국의 불법적인 개발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까이섬은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다낭에서 정동쪽으로 430㎞ 가량 떨어진 섬이다.

이어 2일에는 뚜이쩨, VN익스프레스 등 다른 주요 매체들까지 나서 사진과 함께 중국의 불법행위 사실을 보도했다. 베트남 외교부는 파라셸 군도에 대한 베트남의 통치권을 주장하면서 불법 건축 활동을 중단할 것을 중국에 촉구해 왔다. 현지 소식통은 “새로 공개된 위성사진에서 촉발되긴 했지만 하루 이틀 된 일도 아닌 사안에 언론들이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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