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만에 한반도 출격해 공대지 폭격 훈련
軍 “미 전략무기 순환 배치 확대 조치 일환”
北, 美공군 발표 전 구체적 비행 경로 공개

내달 3~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한반도에 출격해 무력 시위를 벌였다.
3일 한미 군 당국에 따르면 B-1B 1개 편대(2대)가 전날 오후 한반도 상공에 출동, 강원 태백시 필승 사격장에서 가상 공대지 폭격 훈련을 한 뒤 서해상으로 빠져 나갔다. 훈련에는 일본과 한국 전투기도 함께 참여했다. B-1B 전개 당시 우리 공군 전투기 KF-16 2대가 엄호 비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B-1B를 전개함으로써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B-52 ‘스트래토포트리스’, B-2 ‘스피릿’과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꼽히는 B-1B는 셋 중 최대 탑재량이 가장 많고 속도가 빨라 고속으로 적 전투기를 따돌린 뒤 적지를 융단 폭격할 수 있다.
B-1B의 한반도 출격은 12일 만이다. B-1B는 지난달 21일 서울 국제 항공우주ㆍ방위산업 전시회(ADEX)가 열린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상공에서 8분 간 저공 선회 비행을 하고 돌아갔다. 이에 앞서 지난달 10일에도 우리 공군 전투기 F-15K 2대와 함께 한반도 상공에서 연합 훈련을 했다. 군 관계자는 “B-1B 출격은 북한 핵ㆍ미사일 억제를 위해 한미가 합의한 전략무기 순환 배치 확대 조치의 일환”이라며 “앞으로도 매월 1~2회 정례적으로 한반도에 올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에 발끈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미제는 11월 2일 또다시 핵 전략폭격기 B-1B 편대를 남조선 지역 상공에 은밀히 끌어들여 우리를 겨냥한 기습 핵 타격 훈련을 벌여놓았다”며 “미제 호전광들은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 공군의 훈련 사실 발표 전에 나온 이날 보도는 B-1B 편대의 구체적 비행 경로를 공개하기도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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