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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 공(功)을 선수들에게 돌리는 ‘큰 형님’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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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 공(功)을 선수들에게 돌리는 ‘큰 형님’ 김기태

입력
2017.11.03 16:1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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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LG 트윈스의 2군 감독과 수석코치를 거친 김기태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을 때 ‘검증되지 않은 타지 출신’ 김 감독에 대한 LG 팬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선수들도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야구장의 용역 업체 직원들까지 챙기는 김 감독의 세심한 배려에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모래알’로 소문났던 LG 선수단을 그렇게 하나로 뭉쳐 2013년 무려 11년 만에 ‘가을 야구’ 무대에 올려놓은 김 감독은 또 KIA 타이거즈를 8년 만의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다. KBO리그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두 팀에 수많은 명장들이 거쳐갔지만 아무도 못 풀었던 숙원을 두 번이나 푼 김 감독의 리더십은 ‘형님’이란 두 글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이번 시즌 KIA 유니폼을 입은 최형우는 "선수들에게 웃어주고 형님처럼 하는 감독은 많다. 그러나 우리 감독님은 우리와 같은 눈높이에서 이야기한다. 다른 뻔한 이야기는 다 필요 없다. 선수와 대화하고, 이견을 조율하는 것만으로도 최고"라고 김 감독의 인간적인 매력을 설명했다. 김 감독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기자들이 질문을 하면 “나도 담당 코치에게 물어봐야 안다”고 머쓱하게 웃는다. 김 감독과 LG에서 투수코치로 호흡을 맞췄던 차명석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전권을 주신 감독님은 김기태 감독님이 유일했고 그 때 많이 공부가 됐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베테랑을 대우해주고 그들이 팀을 이끌도록 만든다. 대신 김 감독은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더그아웃에서 끊임없이 소통을 하며 선수들의 마음을 읽는다. 컨디션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 선수가 있으면 손으로 술잔을 꺾는 흉내를 내며 “어제 많이 했나”라고 농담할 정도다. 선수의 여자친구 문제, 일상의 고충까지 훤히 꿰고 있다. LG 감독 시절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온 선수들이 감독실을 찾은 적 있다. 김 감독은 지갑을 열어 세어 보지도 않고 집히는 대로 만원 권 한 뭉치를 쥐어줬다. 어떤 감독에게는 비밀스러운 공간인 야구장 감독실은 김 감독이 부임하면 ‘사랑방’으로 바뀐다. 수많은 야구 관계자들과 취재진, 지인이 들락거려도 귀찮은 내색은커녕 음료수 하나라도 쥐어 내보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선수들의 사소한 감성부터 자극해 스스로 움직이게 만든 김 감독은 LG에서도, KIA에서도 ‘제왕’으로 군림하던 이전 감독에 의해 경직된 팀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그리고 자신도 선수 시절 단 한 번도 껴보지 못한 챔피언 반지를 드디어 얻게 됐다.

KIA 타이거즈의 2017년 캐치프레이즈는 '동행(GO Together)'이다. KIA의 주축 선수들은 모두 외부에서 자유계약선수(FA) 등을 통해 수혈된 외부 집단이다. 이들을 하나로 묶은 건 김기태 야구의 동행 정신이었다. KIA 선수들은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우승해야 한다"며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 좋은 성적은 좋은 팀 분위기에서 나온다는 아주 쉬운 명제를 입증한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은 야구계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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