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증여세 절세를 놓고 탈법이냐 편법이냐 논란이 많습니다. 정치권과 세무당국의 말을 종합해 보면 홍 후보자가 과세율을 낮추기 위해 지분을 쪼개 증여하는 것이나 일부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은 위법 경계선을 넘지 않은 말 그대로 ‘절세 테크닉’인 것으로 결론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책임있는 정치인이 감당해야 할 도덕적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말이죠.
그런데 수십억원대 부동산을 물려 받아본 적도 또 앞으로 물려 받을 예정도 없는 기자는 갑자기 홍 후보자의 절세 테크닉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세무 전문가들도 무릎을 칠 만한 깜작 놀랄 절세 수법이라면 기삿거리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근거없는(?) 기대감도 취재 동기가 됐습니다.
홍 후보자의 절세 테크닉은 크게 세 부분에서 이뤄졌습니다. 홍 후보자 장모가 보유한 서울 중구 충무로 상가와 압구정동 아파트. 그리고 역시 장모 소유의 경기 평택시 소재 상가 건물과 그에 딸린 토지입니다.
2015년 홍 후보자의 아내와 딸은 그의 장모로부터 서울 중구 충무로5가에 있는 4층짜리 상가 건물 지분을 4분의 1씩 증여 받습니다. 상가 절반의 지분은 홍 후보자의 처남이 가져갔습니다. 지분 4분의 1의 가치는 공시지가 기준으로 약 8억 6,500만원이었습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과표 구간이 5억~10억원 이하일 때 증여세율은 20%에 불과하지만, 5억~10억원 이하 일 때는 30%, 10억~30억원 이하일 때는 40%로 단계별 할증됩니다.
홍 후보자 부인이 모친으로부터 충무로 빌딩 지분 절반을 받았다면 증여액 과표가 10억원 구간을 넘어 40%의 세율을 적용 받게 되는 거죠. 홍 후보자 부인과 딸이 쪼개기 증여를 받은 이유입니다.
앞서 홍 후보자는 2013년에도 장모에게서 압구정동 한양아파트(128㎡) 한 채를 아내와 공동명의로 증여 받았습니다. 역시 과표 구간을 낮추려는 쪼개기 증여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홍 후보자 가족의 이러한 절세 테크닉에 대한 레벨 평가를 전문가에게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의 평가는 레벨을 평가하기에는 너무 일반적이라는 다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한 세무사는 “수십억원대 부동산을 증여하면서 세금을 아끼기 위해 지분을 쪼개거나 일부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회계사는 “홍 후보자가 비판 받는 절세 테크닉은 세무 당국 안내 책자 등에도 나와 있는 기초적인 지식으로, 레벨을 평가할 만한 수준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홍 후보자 가족의 ‘증여+매매’ 기술에 대한 평가를 요청해봤습니다. 홍 후보자 부인 장 모 씨는 2016년 2월 어머니부터 평택시 지산동의 한 상가 지분 절반을 물려받았습니다.
상가는 토지 1229㎡(371평)와 건물 404.20㎡(122평)로 돼 있는 데 장씨는 토지는 증여를 받고, 건물은 언니와 함께 매매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매매를 하면 증여세 과표 구간을 낮출 수 있어 ‘증여+매매’라는 복합 절세 테크닉을 쓴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죠.
이 정도면 상급 기술로 인정 받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혹했습니다. 기본중의 기본 초식이라는 거죠.
또 다른 세무사는 “증여 받는 사람이 돈이 있다고 하면 절세를 위해 매매를 권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회계사 역시 “세금을 아끼는 게 목적이고 수중에 돈이 있다면 매매를 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이걸 절세 테크닉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니 ‘쪼개기 증여’나 ‘증여+매매’ 방식은 소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흔히 이뤄지는 절세 방법이라는 걸 알 게 됐습니다. 이걸 엄청난 기술의 절세 테크닉으로 생각했던 기자는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현실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됐죠.
홍 후보자의 절세 테크닉이 기본중의 기본 방식이라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같았지만 홍 후보자 행위에 대한 평가가 정치 성향별로 다른 점은 흥미로웠습니다.
여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세무사는 “홍 후보자가 탈법을 한 것은 아니지만 평소 부자들의 증여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해놓고 자신은 절세를 한 것은 정치인으로서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야당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회계사는 “증여세를 올리자는 홍 후보자 주장대로 입법이 됐다면 홍 후보자는 자신이 세금을 더 낼 것을 감내하고 그러한 주장을 펼친 것”이라며 “현행 법률 기준 내에서 절세를 한 것을 두고 홍 후보자를 비판하는 야당의 행태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의 말을 듣다 보니 홍종학 후보자의 절세 테크닉 그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문제 양상이 전혀 달라진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청와대와 여권이 홍 후보자 행위에 대해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권은 엄청난 결격 사유라며 홍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논리입니다.
홍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 청문회는 오는 10일 열립니다. 위법ㆍ탈법이 아니더라도 홍 후보자 절세에 대한 국민 감정과 여론이 그의 장관 임명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될 중요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말과 다르게 행동해 비판 받아 마땅하다는 쪽과 말을 그렇게 했다고 현행 법에서 인정하는 절세방법을 피해 굳이 세금을 더 내야 하냐는 주장 중 어느 쪽에 더 마음이 가시나요.
정치적 중도를 지향한다는 조세전문 변호사는 “어쨌든 정치인은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에둘러 이 문제에 대한 견해를 드러냈습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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