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하원 시키며 숙제도 돕는
어린이 돌봄 알바 대학생 늘어
엄마들 “학습시터 겸해주니 환영”
대학생들 “시급 높은 꿀알바”
전문적으로 연결해주는 앱도 등장
서울 한 대학 영어교육과 3학년 고은혜(22)씨는 주말마다 ‘육아도우미(베이비시터)’로 일한다. 집 근처 가정집을 방문해 7세 여자아이와 반나절 정도 놀아주고 간식을 챙겨주면서 시급으로 만원을 받는다. 평일에도 학교 수업이 없어 시간이 빌 때는 아이를 잠깐 맡아주기도 한다. 고씨는 “카페나 빵집 아르바이트에 비해 시급도 높고 시간 조율도 자유로워 ‘꿀알바(단기 고수익 아르바이트)’로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라면서 “영어교육과란 이유로 영어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의 숙제를 돕는 대신 돈을 더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아이를 키워본 중ㆍ장년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베이비시터 업계에 이른바 ‘대학생 시터’ 바람이 불고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함께 놀아줄 뿐 아니라 미술ㆍ음악 같은 예체능계나 영어 등 어학 전공을 전공하는 대학생의 경우 학습시터의 역할도 동시에 가능한 1석 2조의 효과 덕분이다. 대학생 시터들은 손길이 많이 가는 영ㆍ유아보다는 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어린이들의 학습시터나 놀이시터, 등ㆍ하원 시터 등을 시간제로 맡는다.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아이돌봄서비스의 대기 순번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전문 베이비시터에 비해 저렴한 시급도 장점이다.
각 대학의 아르바이트 모집 게시판이나 지역 맘카페에도 대학생 시터를 구하는 글이 상당수다. 최근엔 대학생 시터들을 전문으로 소개해주는 휴대폰 소프트웨어(앱)들도 등장했다. 특히 앱의 경우 대학생 시터의 소속 대학이나 전공뿐 아니라 인ㆍ적성 검사 결과까지 부모들이 보고 선택할 수 있다. 관련 업체 관계자는 “기존 베이비시터가 주로 50~60대라 공급이 부족해 부모들이 돈을 내면서도 눈치를 봐야 했던 상황에서 대학생 시터는 부모와 대학생 서로 만족한다”면서 “대학생 시터는 대부분 학습시터도 겸해 명문대나 교육 관련 전공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의 유치원 하원을 돕는 대학생 시터를 둔 직장인 임춘희(37)씨는 “나이 차이가 많지 않다 보니 아이가 처음 보자마자 ‘누나쌤(선생님)’이라 부르면서 잘 따르더라”면서 “하루에 2, 3시간 정도만 아이를 맡기기 때문에 전문가처럼 잘 이끌어주진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생들이 일회성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만족도는 ‘복불복’이다. 김모(33)씨는 “심지어 기저귀 가는 법조차 몰라서 내가 옆에서 결국 다 해줘야 했다”면서 “시험기간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약속을 취소하는 책임감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학생 시터를 포함한 민간 베이비시터의 수요가 날로 늘어가는데도 이들에게 특별한 자격 요건이나 교육 의무를 두지 않고 있는 현행 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간 베이비시터에도 의무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아이돌보미와 민간 베이비시터가 동일한 자격 수준을 갖추도록 이들의 자격 관리를 할 전담 기관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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