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태비'로 불리는 주황색 길고양이 '야옹이’를 만난 지 벌써 세 달이 됐다. 하지만 중성화 수술이 되어 있지 않은 게 마음이 쓰였다. 아무래도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길고양이들이 많으면 개체수도 그만큼 늘어나고, 관련 민원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을철에 중성화를 시키는게 고양이에게 안전하다는 지인의 조언을 듣고, 구청에서 행하는 길고양이 중성화수술(TNR)을 직접 신청하고 그 일련의 과정을 따라가 보았다.
고양이 TNR, 시작이 반이다
먼저 TNR 신청은 길고양이가 있는 지역의 구청에 일자리경제과 등 관련 부서나 다산콜센터(120)로 전화하면 된다. 해당 구청 동물관련 부서에 전화해 이름, 장소 등을 말하면 신청은 끝이다. 보통 7일 이내에 포획자로부터 회신이 오고, 14일 이내에 포획 날짜를 정한다. 지난달 12일 일자리경제과에 전화해 포획날짜는 20일로 정해졌다. 포획 당일은 근처에 급식을 모두 치워 놓아야 배고픈 고양이가 음식 냄새를 맡고 포획틀에 잘 들어간다. 뿐만 아니라 위에 잔류한 음식물 때문에 수술 후에 구토 증세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최소 12시간은 금식시키는 것이 좋다. 또한 사전에 길고양이 TNR 의 진행을 근처 관리소나 경비실 등에 알릴 것이 좋다. 누군가가 통덫을 치우거나 잡힌 고양이를 풀어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야옹아 야옹아 간식 줄게~ 들어가 다오~
고양이들이 좋아할만한 간식을 구매해 포획자에게 주었다. 포획자가 기본적으로 사료를 준비해 가기는 하나 길고양이의 기호를 잘 아는 TNR 신청자가 간식을 가져오면 도움이 된다.
보통 한번 포획할 때 저녁에 1차로 통덫 설치를 하고 새벽에 2차로 출동해 고양이가 잡혔는지 확인한다. 밤에 설치해 다음날 새벽에 수거하는 이유는 그때 사람들이 별로 없어 고양이의 경계심이 덜하기 때문이다.
사진 속 통덫은 고양이가 음식을 먹으려 안에 들어가면서 페달을 밟아 문이 닫히는 원리이다. 앞면과 바닥을 제외하고 사면이 막혀있는 통덫이 고양이의 불안함을 덜 수 있다. 이와 달리 모든 면이 철장으로 되어있는 통덫을 사용할 때는 사방을 담요로 덮어주어 시야를 가리고 이동하는 것이 고양이에게 안정적이다. 기존에 급식소가 있던 장소에 통덫을 설치했다. 바닥에 돌이 있는 곳은 피하고, 평평한 장소에 두었는데 혹시나 놀라서 격하게 반응하는 고양이를 안전하게 포획하기 위함이다. 총 3개의 통덫을 서로 안 보이는 곳에 설치했다. 특히 그 입구를 마주 보게 놓지 않는 이유는 다른 고양이가 갇힌 것을 보고 도망갈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반나절 후에 통덫을 수거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덫을 설치하자마자 야옹이가 제 발로 들어갔다.
놀란 고양이의 '할큄 공격' 조심해야
고양이가 잡힌 후에는 철장 사이로 절대 손을 넣지 말아야 한다. 흥분한 고양이의 공격은 반려묘들이 살짝 할퀴는 정도가 아니라서 매우 위험하다. 포획자는 통덫에 잡힌 고양이를 방치하지 않고 잡힌 즉시 인근 동물병원으로 이송한다.
포획자의 도움으로 동물병원에 함께 도착해 통덫을 체중계에 올려놓자 고양이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렸다. 수의사는 고양이를 보지도 않았음에도 "이놈, 수컷 고양이네." 라며 단번에 알아차렸다. 중성화 가능 조건은 다른 질병이 없고 체중 2㎏ 이상, 연령 6개월 이상이면 가능하다. 반면 TNR이 제외되는 고양이(너무 어린 고양이, 출산 후 수유 중인 어미 고양이, 노묘, 질병이 있는 고양이)도 있다. 중성화 수술 후 수컷은 1일(24시간 정도), 암컷은 2,3일 (최소 48시간 이상) 입원 후에 제자리에 방사된다. 이 날 잡힌 고양이는 수컷으로 수술 다음 날(21일)에 방사되었다.
컴백 홈, 모든 것을 '제자리'에
방사할 때는 포획한 장소에 풀어놓는 것이 원칙이다. 고양이를 아무런 준비 없이 낯선 곳에 재배치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로 자기의 지역으로 돌아가려는 과정 중에 길을 잃거나 로드킬 당할 위험이 있고 길고양이는 자기가 속한 무리 내에서 다른 고양이들과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므로 무리와 분리된 고양이는 새로운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 이 고양이 역시 잡힌 장소에 그대로 방사되었다.
가장 중요한 건 방사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고양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길고양이들은 그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후에 수술 부위가 잘못돼 악화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청자는 지속적으로 관찰 할 수 있는 고양이에 한해 TNR을 신청해야 한다. 중성화 후 나 몰라라 할 것이 아니라, 수술을 진행한 고양이에 대해 책임감 있는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다. 한편 보통 더운 날씨 때문에 수술 부위가 곪는 것을 방지하고 번식기를 피하기 위해 가을에 중성화를 많이 한다. 중성화된 고양이라는 표시로 귀표식(귀컷팅)이 있는데 통상적으로 귀표식은 0.9㎝ 절단이지만 간혹 혈관이 많은 부분까지 절단되어 상처가 곪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렇게 TNR 과정은 끝이 나며 제자리에 방사된 고양이는 경계심이 심해져 2,3일 동안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대부분이 며칠 후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구청에서 실시하는 길고양이 TNR 절차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TNR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신청자와 포획자가 수시로 소통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무작정 포획자에게 TNR 과정 전반을 맡기기 보다, 신청자가 적극적으로 도울 때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중성화는 사람과 고양이 간의 공존을 위한 해결책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책임도 따르는 일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글ㆍ사진 동그람이 인턴 김민지 asky7995@naver.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