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2일(현지시간) 10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최근 지속되고 있는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둔화시키기 위한 조치다.
영란은행은 이날 정례통화정책위원회를 열고 현재 0.25%로 사상 최저인 기준금리를 0.5%로 인상하는 방안을 찬성 7표, 반대 2표의 표결로 통과시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4,350억파운드 규모의 국채 매입, 100억파운드 규모의 회사채 매입 등 양적 완화 한도는 모두 만장일치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영란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007년 6월 이후 처음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내렸던 영란은행은 7년 5개월 간 이를 계속 동결하다가 지난해 8월 다시 한 차례 인하했다. 이보다 2개월 앞서 치러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가 찬성으로 귀결되면서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성장 악화 우려가 제기된 탓이다. 지금까지도 브렉시트 협상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영란은행은 이날 성명에서도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이 국내 경제활동에 부담을 주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상당한 속도로 성장 중이지만, 국내 경제활동 속도는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영란은행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든 데에는 목표치(2%)를 초과하는 소비자물가 상승 때문이다. 브렉시트 결정 직후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한 데다, 최근 국제유가 반등에 따른 에너지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소비자물가는 잇따라 올랐고 지난 9월에는 급기야 3.0%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상승률 역시 3%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국 이번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는 경제성장률 전망보다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게 작용했던 셈이다.
마크 카니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향후 금리변경은 브렉시트 협상 결과에 가장 크게 좌우될 것이라면서, 상황 변화에 따라 추가 금리인상이 있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앞으로 3년 내 두 차례 추가 금리인상을 예측하는 시장의 전망이 마음에 드나’라는 질문에 그는 “개괄적으로 보면 그것이 물가나 경제성장 측면에서 영란은행이 원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답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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