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힘든 경쟁 치뤘으니 성골”
지역균형ㆍ재외국민 입학생들
열등생 취급하며 배타적 문화
‘지균충, 재외국민충, 논술충, 학종충’
요즘 인터넷에서 대학생들끼리 입학 전형에 따라 구분해 부르는 혐오 표현이다. 지균충은지방학생을 우대하는 지역균형 선발, 논술충은 논술전형, 학종충은 학생부 종합 전형, 재외국민충은 외국서 체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재외국민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을 뜻한다. 굳이 전형 방법에 따라 다르게 부르는 이유는 같은 방식이 아닌 다른 전형을 치른 학생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밀어내는 배타적 문화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월의식까지 작용하며 보이지 않는 서열화로 진행돼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 같은 차별의식 때문에 대학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있다. 2015년 재외국민 전형으로 국내 한 사립대에 입학한 김 모(21)씨는 아직도 교우 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 지역균형 선발이나 재외국민 전형을 치른 학생들을 열등생 취급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김씨는 “수준 차이 나서 수업 따라가기 힘들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심지어 지균충이라는 표현은 고교생들도 알 정도로 널리 쓰이고 있다. 대학생 박 모(22)씨는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하며 힘든 고교시절을 보내고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어 입학한 친구들과 지방 또는 외국에서 편하게 학교 생활을 한 학생들이 같을 수 없다”며 “특히 재외국민 전형으로 들어온 친구들을 같은 학교 학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그만큼 학생들 사이에 지역균형 선발이나 재외국민 선발은 실력보다 운이 좋아 입학했다는 인식이 강하다. 상대적으로 논술전형이나 학생부 종합 전형, 수시, 정시로 입학한 학생들은 상대적 우월감과 보이지 않는 서열의식이 작용한다. 대학생 홍 모(24)씨는 “정시생들은 힘든 경쟁을 치러 입학한 만큼 성골이라는 우월의식 때문에 ‘충’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며 “반면 수시는 수능 성적이 떨어져 정시보다 못하다고 보고 학생부 종합전형은 고교시절 내신관리를 열심히 했지만 수능보다 쉽다는 생각, 논술전형은 논술 한 방으로 운좋게 들어왔다는 인식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치열한 입시경쟁을 치른 학생들이 차별화를 통한 상대적 우월의식에서 보상을 받으려는 심리로 보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쟁적인 입시구조 속에서 학생들이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을 충분히 기를 여유가 없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라며 “국영수 등 암기 위주의 공부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공감과 관용을 기를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유지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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