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 축제날인 핼러윈데이(10월31일)를 피로 물들인 뉴욕 맨해튼 트럭 테러의 범인이 우즈베키스탄에서 건너온 이민자로 드러나면서, 중앙아시아가 어느덧 테러리스트를 배출하는 ‘인력 창구’로 떠오른 배경에 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지역 출신 인물이 올해 들어 세계 주요국에서 감행한 테러는 터키 이스탄불 나이트클럽 총기난사 사건(1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폭탄 테러(4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1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시리아 조직에 합류한 중앙아시아인이 2,000~4,000명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IS 내에선 아랍어 다음으로 중앙아시아의 공용어인 러시아어가 많이 쓰인다. 소비에트연방 붕괴 이후, 이데올로기의 진공 상태와 억압적인 정치체제, 경제적 빈곤 등이 계속되면서 이 지역 급진주의 무슬림들이 IS 무장대원으로 변모한 것이다.
특히 뉴욕 테러 범인인 사이풀로 사이포프(29)가 태어난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공산주의 이념을 이슬람 운동이 메웠으나 과거와 마찬가지로 정부에 의한 이슬람 과격단체 탄압이 계속된 게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소비에트 기관원 출신 이슬람 카리모프 전 대통령의 철권통치 30년간, 무슬림 수천명이 투옥됐고 ‘우즈베키스탄이슬람운동(IMU)’ 등 지하 단체가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근본주의자들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시리아 등 IS 거점지역으로 빠져나갔다는 게 신문의 분석이다. 미국의 우즈베키스탄 이민자도 6만명에 이른다. NYT는 “우즈베키스탄을 떠난 청년들은 스스로 고립됐다고 느낀다”는 국제위기그룹 관계자의 말을 전한 뒤, 이들이 서방세계에서 성공하지 못할 경우 ‘투사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미국 연방검찰에 의해 테러 혐의로 기소된 사이포프는 맨해튼 연방법원에 출석해 심문을 받았다. 그는 수사당국에 이번 테러에 대해 “만족한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죽이고자 핼러윈데이를 택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에서도 IS 깃발 게시를 요청하고, 범행을 후회하긴커녕 자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성전’을 촉구하는 IS의 온라인 영상물 등에 영감을 받아 1년 전부터 범행을 마음 먹었다는 그의 휴대폰에는 IS 관련 90여건 영상과 3,800여건의 사진이 담겨 있었고, “IS는 영원하다”고 적은 수첩메모도 발견됐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우즈베키스탄 출신 ‘무하마드 조아르 카디로프’(32)에 대한 추적에 나섰다가 “그를 찾았다”며 수배를 해제했지만, 공범 여부에 대해선 따로 밝히지 않았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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