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시집 ‘꽃마차는 울며 간다’ 펴내
강원 출신으로 구룡포 살며 시작활동
철강근로자 애환 담은 공연 ’26, Fe’ 구성
문화계 블랙리스트 이름 오르기도
강원 춘천시가 고향인 시인 권선희(52ㆍ사진)씨. 그는 요즘 포항에서 ‘구룡포 시인’으로 통한다. 17년여 전 구룡포에 정착한 뒤 줄곧 구룡포와 호미곶의 풍광, 사람 사는 모습 등을 배경으로 시를 써 왔다. 문학뿐 아니라 사회활동도 적극적이어서 지역사회에선 구룡포 시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권씨는 최근 자신의 2번째 시집인 ‘꽃마차는 울며 간다’를 발간했다. 첫 시집인 ‘구룡포가 간다’ 이후 10년 만이다. 꽃마차는 포항 호미곶 해맞이공원에서 관광객을 태우는 늙은 말과 말이 끄는 마차다. 두 번째 시집도 권 작가가 살고 있는 포항 구룡포와 인근 호미곶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그 동안 틈틈이 지은 54편이 실려 있다. 지난달 23일 구룡포읍 장길리 바닷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그는 “제주에 갔는데, 드넓은 평원에서 뛰어 노는 말을 보니 해맞이 공원에서 관광객을 태우고 힘겹게 걷는 말이 너무 안쓰럽게 느껴졌다”며 “호미곶 말에게 다음 시집 제목은 꼭 너로 해 주겠다고 마음 속으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시인이지만 권씨는 사회활동에도 남다르다. 포항시 남구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초등학생들의 글쓰기 공부를 돕는다. 지난달엔 포항지역 철강근로자들의 삶과 애환을 그린 공연 ‘원소기호 26번 쇠 이야기(Story of atomic number 26, Fe)’ 제작에도 참여했다. 권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포항문예아카데미 남성 수강생들이 결성한 축구단에서 단장도 맡고 있다.
지역사회에선 ‘유명인’이 됐지만 꽃길만 걸은 게 아니다. 되레 가시밭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씨와 공동작업을 했던 지역 한 언론사는 무단으로 책을 출판했다. 어떤 사진작가는 권씨의 개인 블로그 사진을 모두 특정 언론사에 전재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후 팽목항을 찾았다는 이유로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이름도 올렸다. 그 사이에 그는 이가 모두 빠질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첫 시집 후 2번째 시집을 내는 데 10년이 걸린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 낸 시집 첫 장에 ‘화가 많은 시절이었다. 10년, 불길한 삶이 복리로 불어났다’는 글을 남겼다.
권씨는 “지난 10년간 많이 힘들었지만 구룡포를 떠날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남들이 시인이라 불러주는 것도 부끄러울 정도로 스스로 부족함이 많다 생각하지만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다면 어디든 달려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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