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극에 빠질 수 있는 이유는 배우들이 실제 그 인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배역에 몰입한 배우를 보면서 관객들도 극에 몰입하게 된다. 다만 어떤 배우는 컷 소리와 함께 배역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어떤 배우는 일상생활까지 그 배역에 얽매어 있는 경우가 있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없으나 방은진 감독은 후자의 손을 들어준 듯 보인다.
영화 ‘메소드’의 주인공은 예상대로 배우다. 연극 ‘언체인’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연극배우 재하(박성웅 분)와 막나가는 아이돌 스타에서 연극으로 재기를 노리는 영우(오승훈 분)가 만난다. 영우는 불량한 태도를 일삼다가 재하의 압도적인 연기와 연기관을 알게 된 후 착한 아이가 돼 재하에게 애정을 쏟기 시작한다. 재하는 영우의 감정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혼란스러워하고, 재하의 오랜 연인 희원(윤승아 분) 역시 둘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를 느낀다.
대사는 어느새 살아 움직이고 진짜 두 사람의 말이 된다. 마치 멈출 수 없는 전차 같다. 어긋나던 두 사람은 맞아떨어지고 관계가 뒤집힌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하는 연기와 본인의 감정을 오가며 극도의 혼란스러움에 빠진다.
이 영화의 카피는 ‘내 연기 진심일까. 내 감정 진짜일까’다. 극중 인물들은 연기가 진심이라면 그 감정도 진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진짜’가 돼버린 이들은 좋은 배우인가 아니면 그저 사랑에 빠진 연인일 뿐일까. 배우가 극중 인물과 동일시되는 것을 ‘메소드’라고 할 때 ‘꼭 후자만이 메소드일까’이라는 의문은 관객이 해봐야 할 부분이다.
‘메소드’의 가장 큰 강점은 연극과 현실의 사이를 섬세하게 메운 것으로, 관객 역시 극중인물처럼 어디까지 현실인지 연극인지 구별하는 게 어려워진다. 다만 이들의 행동에 당위가 돼 줄 두 사람의 감정은 갑작스러운 면도 있다. 특히 충동적인 영우와 달리 묵직해보였던 재하의 변화는 의외의 모습일 수도 있다.
또 영화를 보기 전 관객에 알아야 할 점은 이 영화는 퀴어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장르를 무 자르듯 정확하게 나눌 수는 없지만 ‘메소드’를 퀴어영화라고 분류하기엔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다. 퀴어물 자체가 대한민국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장르이기에 개봉 전부터 ‘메소드’는 퀴어 영화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퀴어를 소재로 했을 뿐이다.
본격 퀴어물들이 동성애자들의 진심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하는 것과 달리 ‘메소드’는 반전 구성으로 치닫는데 더 초점을 뒀다. 현실적인 퀴어물에서 격정스릴러로 마무리되는 것. 이런 구성은 상업영화로 봐도 무방하며, 이점은 ‘메소드’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관객에게 다가갈 전망이다. 만약 사전 정보 없이 단순히 퀴어물인 것만 알고 극장에 간다면 설마 했던 반전으로 마무리를 짓는 영화에 실망할 지도 모른다.
앞서 방은진 감독은 “배우를 옆에서 바라본 이야기, 오래된 연인들, 사랑일지 모른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의 모습, 사랑이 시작되고 변질되고 깨지는 여러 모습을 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결말까지 보고 나면 이 이야기에 ‘굳이 동성애 소재를 썼어야 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예민한 캐릭터가 극단적인 소재로밖에 이용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운 작품이다. 2일 개봉.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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