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부 장관이 최근 확산된 성추문 끝에 사임했다. 지난달 할리우드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 사태로 인한 성폭력 고발 ‘나도 피해자다(Me too)’ 캠페인이 영국 정치권으로까지 번진 이래 실제 현직 각료 사퇴로 이어진 첫 사례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팰런 장관은 1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총리에게 제출한 사직서에서 “내 직책에 대해 되돌아본 결과 국방부 장관직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했다”며 지난달 한 여성 언론인이 폭로한 과거 자신의 성희롱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근래 내 옛 행동을 포함해 하원의원들에 관한 여러 주장이 제기됐다”며 “이중 다수는 사실이 아니지만 군인에게 요구되는 높은 기준에 내가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메이 총리는 “신중한 태도에 감사하다”며 팰런 장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최근 팰런 장관은 15년 전 기자 출신의 라디오 진행자 줄리아 하틀리 브루어에게 신체 접촉을 시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에 휩싸였다. 하틀리 브루어는 2002년 보수당 콘퍼런스 만찬 중 한 내각 차관이 자신의 무릎에 거듭 손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어 대중지 더 선이 지난달 31일 사건의 장본인은 팰런 장관이라고 보도했고 두 당사자도 이를 시인했다. 다만 폭로 당시 하틀리 브루어는 “내 강한 경고로 그는 손을 거뒀고 성희롱을 당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말했으며, 팰런 장관의 사임 소식에도 “만약 그의 결정이 15년 전 일 때문이라면 가장 어리석고 터무니없는 사퇴”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성희롱 사건의 경중을 떠나 팰런 장관과 메이 총리 등 내각의 대응이 주목을 받으면서 계속해서 폭로되는 성폭력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영국 사회부터 아직 해결되지 않은 현직 장ㆍ차관, 의원들의 성폭력 사건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마크 가니어 국제통상부 차관은 여비서에게 성인용품 심부름을 시킨 사실이 드러났고, 전직 각료인 스티븐 크랩 의원은 면접 지원자인 19세 여성에게 성희롱에 해당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문제가 됐다. 더 선에 따르면 보수당 의원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익명으로 작성한 ‘성희롱 명단’에 전ㆍ현직 각료 21명을 포함해 보수당 의원 총 36명의 이름이 올랐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