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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구 사의… 채용비리발 물갈이 시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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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구 사의… 채용비리발 물갈이 시작하나

입력
2017.11.02 16:0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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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ㆍ국정원 자녀 특채 의혹에

“도의적 책임 지겠다” 전격 사퇴

공공기관 채용비리 조사 맞물려

금융권 기관장ㆍ임원 교체설 무성

이광구 우리은행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광구 우리은행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광구(60) 우리은행장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신입사원 특혜채용 의혹’과 관련,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2일 전격적으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최근 민관 분야 채용비리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인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채용비리로 최고경영자가 중도 사퇴한 건 처음이다. 일각에선 ‘우리은행발 기관장 도미노 물갈이’설까지 제기되는 등 금융권과 공공기관 전반에 만만찮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 행장은 이날 오후 긴급 이사회를 소집, “2016년 신입행원 채용 논란과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국민과 고객들한테 죄송하다”며 “신속히 후임 선임 절차를 진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2014년 12월 우리은행장에 선임된 이 행장은 민영화 성사 등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초 연임에 성공, 2019년 3월까지가 임기였다.

역사적인 민영화 시대 첫 은행장의 발목을 잡은 건 채용비리 의혹이었다. 앞서 지난달 17일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우리은행이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150명을 뽑을 때 이중 16명을 국가정보원, 금융감독원, 은행 자산가 고객의 자녀와 친인척, 지인 등으로 채용했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우리은행은 국회와 금융당국에 “부당한 합격은 없었다”고 적극 해명했지만, 의혹은 계속 커졌다. 심 의원은 “추천인 명단을 은행장이 모른다는 건 ‘꼬리 자르기’를 위한 것”이라며 “검찰에 당장 고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금감원이 우리은행의 자체조사 결과를 검찰에 넘김에 따라 향후 이 행장에 대한 검찰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은 여론을 비롯한 다각도 압박에 이 행장이 더 버티지 못하고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은 민영화되긴 했지만 예금보험공사 지분이 18.96%가 남아 있어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정부 등 ’보이지 않는 손’의 압박과 ‘물러나지 않으면 다른 건으로 우리은행을 더 들쑤시겠다’는 등의 협박에 이 행장이 견디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 이사회는 조만간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새 은행장 후보를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로선 사태 수습을 위해서라도 내부 인사를 선임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이사회에서 다수지만,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내부 제보로 시작된 만큼 공모를 통한 제3의 인물이 낫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행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우리은행 최대 현안인 ‘지주사 전환 작업’에도 제동이 걸릴 거란 우려가 나온다.

공공기관과 주요 기업들은 이 행장의 전격 사의가 문재인 정부 인적 쇄신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공공기관 채용 비리는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정부는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 1,100여곳, 금융당국은 금융공공기관과 14개 국내은행의 채용절차 관련 정밀조사에 들어갔다.

전수조사를 통해 문제가 드러난 기관장들과 주요 임원들이 우선 교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금감원 채용비리 연루 의혹과 관련해 검찰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이미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최고경영자(CEO)도 여럿이다.

공공기관의 한 인사는 “적폐 청산을 내세워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히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사퇴를 요구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순수하게 채용비리 근절을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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