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P 보고서… 정치, 경제 등 전 분야 순위 낮아
작년보다 악화… “전 세계 차별 극복 100년 걸려”
올해 우리나라의 양성평등 수준이 144개국 중 118위로 여전히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남녀의 성(性) 격차는 더욱 벌어져 앞으로 100년은 지나야 차별을 극복할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경제포럼(WEF)이 1일(현지시간) 발표한 연례 ‘세계 성 격차 보고서 2017’에 따르면 한국은 성 격차 지수가 0.650(118위)으로 나타나 조사 대상 144개국 중 아프리카 튀니지(117위)와 감비아(119위) 사이에 위치했다. 성 격차 지수는 1에 가까울수록 남녀가 평등하다는 의미다. WEF는 2006년부터 매년 경제 참여ㆍ기회와 교육 성과, 보건, 정치 권한 등 4개 부문에서 국가별 성별 격차 정도를 수치화해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의 성 격차 부문별 지수를 보면 ▦보건 84위 ▦정치 권한 90위 ▦경제 참여ㆍ기회 121위 ▦교육 성과 105위 등 대부분 중ㆍ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경제 참여ㆍ기회 및 정치 권한 부문에서는 세계 평균에도 못 미쳤다.
특히 큰 폭의 남녀 간 임금 격차가 경제 참여ㆍ기회 부문의 순위 하락을 주도했다. 유사업무 임금평등 항목은 121위였고, 추정 근로소득(구매력 기준) 수준도 남성이 4만9,386달러(5,494만원)인 반면, 여성은 절반 수준인 2만2,090달러(2,457만원)달러에 그쳐 하위권(121위)에 머물렀다. 정치 권한 부문에서는 여성 최고지도자 집권 기간만 28위를 기록했을 뿐, 여성 각료 비율은 115위에 불과했다. 고교 졸업 후 3차 교육 평등도(교육 성과) 112위, 출생 시 남녀 성비 불균형(보건) 132위 등 다른 부문도 순위가 저조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남녀 성 격차 역시 지난해보다 악화했다. WEF는 양성평등을 달성하기 위한 시간을 100년으로 추산했는데, 지난해 83년보다 17년 늘어난 수치다. 남녀의 경제적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무려 217년(작년 170년)이 걸릴 것으로 분석됐다. 그나마 교육 성과 부문에서 13년 뒤면 차별이 완전히 없어질 것으로 예측된 점이 고무적이다. WEF는 “양성평등은 도덕ㆍ경제적으로 이행돼야 할 의무”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의 양성평등 국가는 아이슬란드(성 격차 지수 0.878)였고, 노르웨이(0.830), 핀란드(0.823) 등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아시아권에서는 전체 10위 필리핀(0.790)의 순위가 가장 높았다. 중국(0.674ㆍ100위)과 일본(0.657ㆍ114위)도 한국보다는 양성평등 정도가 다소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하위권은 가부장적 문화가 강한 파키스탄과 시리아, 예멘 등 중동 국가들이 차지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