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농산물시장 들어서며
“이전해야” “인구 유출” 대립
최종 여론조사 통해 이전 결정
학교 이전을 둘러싼 갈등을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에게 의견을 묻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풀어낸 첫 사례가 나왔다.
인천시교육청은 9월 18일~지난달 20일 남동구 주민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도림고등학교 이전 재배치 관련 여론조사 결과 72.7%(1,090명)가 이전에 찬성했다고 2일 밝혔다.
학교 이전 예정지역인 장수서창동 주민은 91.9%가 찬성했고 현재 학교가 위치한 남촌도림동(찬성 64.2%)을 비롯해 만수동(82.7%), 논현동(72.7%), 구월동(59.9%) 등 모든 지역에서 절반이 넘는 찬성률을 보였다.
앞서 9월 도림고 학부모 737명과 인근 39개 초ㆍ중학교 학부모 2만9,74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각각 87%, 72%가 찬성했다.
도림고 이전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 8월 구월동에 있는 농산물도매시장을 2019년까지 학교 앞으로 옮기는 방안이 확정되면서 불거졌다. 도매시장이 학교에서 불과 80m 거리여서 차량 증가, 소음, 악취 등으로 인한 교육 환경 악화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학교 인근에 남촌일반산업단지(면적 26만7,464㎡)와 도시첨단산단(23만3,141㎡)을 조성하는 계획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학교 이전에 찬성한 이유 중에 ‘도매시장과 산단 조성 계획에 따른 교육의 질 악화 우려’가 52.4%로 가장 많았다.
반면 남천도림동 일부 주민들은 지역에 하나뿐인 고교가 이전하면 학생들 통학거리가 증가하고 청ㆍ장년 인구가 함께 빠져나가 고령화를 부추길 것이라며 이전에 반대했다. 결국 시교육청은 지난 8월 여론조사를 거쳐 이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시교육청은 도림고를 2021년 3월까지 현 위치에서 3.5㎞ 떨어진 서창지구로 옮길 계획이다. 비용 307억원은 도매시장 부지를 팔아 마련한다. 남촌도림동 학생들의 통학을 위해 버스 노선도 신설한다.
박융수 인천시교육감 권한대행은 “도림고는 1974년 지은 초교 건물에서 2004년 개교해 교육환경이 열악하다”라며 “재학생들을 위해 앞으로 3년간 냉난방, 화장실, 창호 등 시설 개선에도 28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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