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재선충병을 옮기는 곤충의 애벌레를 공격하는 천적벌이 확인돼 생물학적 방제에 대한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2일 산림청에 따르면 국립수목원 산림곤충분류 연구팀이 국립산림과학원과 지난 5~7월 경기 양평, 가평 등 8개 지점에서 소나무재선충병 매개곤충인 북방수염하늘소 유충기생벌 조사를 실시한 결과, 북방수염하늘소의 애벌레를 공격하는 기생벌 4종을 확인했다.
이번에 발견한 북방수염하늘소 기생천적은 가시고치벌, 미확인 고치벌과 일종, 미기록 금좀벌과 일종, 개미침벌 등 4종이다. 이들은 북방수염하늘소의 1~2령충인 어린 애벌레에 기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시고치벌의 경우 지난해 소나무재선충병의 또 다른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 애벌레에 기생하는 것을 발견한데 이어 올해에는 북방수염하늘소 애벌레에도 기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야외기생률이 최대 59%여서 소나무재선충병의 생물학적 방제원 활용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수목원은 밝혔다.
또 미확인 고치벌 일종은 5월말부터 북방수염하늘소에 기생하는 것이 확인됐지만 6월 초순 이후에는 가시고치벌이 더 많이 발견됐으며, 개미침벌은 숙주곤충 종류가 다양해 기생효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좀벌과 일종은 이번 연구로 우리나라에 처음 알려지는 기생벌이라고 설명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1988년 부산 동래 금정산에서 처음 발생해 전국으로 확산됐는데, 1㎜ 내외의 실 같은 소나무 재선충이 수목안으로 침투하여 수분의 흐름을 막아 나무를 급속하게 말라 죽인다.
현재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는 감염나무를 즉시 베어 소각하거나 분쇄하며, 감염되지 않은 나무에는 예방주사를 놓거나 약제를 살포하여 소나무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를 죽이는 방법으로 실시하고 있다.
고사목과 감염목 제거, 살충제 나무주사 등 지속적인 예방과 방제조치로 피해는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나, 친환경적으로 방제할 수 있는 생물학적 방제 연구는 이제 시작단계이다.
연구팀은 기생벌을 활용하면 소나무재선충병 매개충의 성장초기부터 개체수를 줄이고, 기존 방제법과 함께 사용한다면 소나무재선충병 발생률을 더욱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립수목원 김일권 박사는 “다양한 기생천적이 소나무재선충 매개충 애벌레를 공격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특히 가시고치벌 한종류만으로도 두종류의 매개충 밀도를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어느정도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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