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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씨네] ‘침묵’,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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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씨네] ‘침묵’,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입력
2017.11.0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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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리뷰

[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영화 ‘침묵’(2일 개봉)은 다양한 인간 군상의 심리를 깊게 파고드는 심리 추적 스릴러다. 살인사건의 진상을 파헤쳐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캐릭터들의 갈등과 심리 변화가 꽤 흥미롭다. 영화를 연출한 정지우 감독은 여러 속임수와 맥거핀(관객을 의문에 빠트리거나 긴장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효과)을 반복하다 마지막 반전을 선사한다.

‘침묵’은 하루 아침에 사랑하는 약혼녀가 살해당하고, 용의자로 딸이 지목되자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자 임태산(최민식)의 이야기를 담는다. 임태산은 대기업을 이끄는 회장으로 돈과 권력, 사랑까지 가진 인물이다. 사랑하는 여자이자 유명가수 유나(이하늬)를 아내로 맞아들이려 하지만 딸 미라(이수경)는 유나를 적대시한다. 하필 유나가 살해된 당일 마지막에 만난 사람은 미라다. 임태산은 딸의 과외선생이었던 최희정(박신혜)을 초임변호사로 선임하고, 유나의 광팬이었던 동명(류준열)을 찾아가 CCTV 영상을 확보하려 한다.

‘침묵’의 겉면은 법정드라마다. 유나의 죽음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최희정과 검사 동성식(박해준)의 끊임없는 설전이 펼쳐진다. 하지만 ‘겉보기’일 뿐 멜로, 스릴러, 부성애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이다. 즉 일반적인 법정드라마가 사건의 진상을 알리며 통쾌함을 선사하는 것과 달리한다. 오히려 법정신이 반복될수록 혼란을 자아낼 뿐 카타르시스를 선사하지는 않는다. 물론 영화 속 반전은 흥미를 주기 충분하나, 거듭되는 반전에 지칠 관객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 감독은 유나의 억울한 죽음의 ‘진범’을 찾는 것보다 인물들의 진심과 심리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고 되짚어주기를 반복한다. 즉 진실보다 진심을 담고 싶은 영화임을 알 수 있다. 때문에 후반부가 돼서야 드러나는 임태산의 진심은 어떤 이에게는 묵직한 감동을, 어떤 이에게는 그릇된 부성애가 주는 불쾌함을 안겨줄 수 있다. 영화의 제목이 ‘침묵’인 이유도 막이 내릴 때쯤 알 수 있다.

다양한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있다. 주인공은 임태산이지만, 캐릭터들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로 얽혀있다. 유나의 사망 사건을 두고 대립하는 최희정과 동성식은 과거 연인 사이고, 동명은 유나의 열혈 팬이자 사망 당일 증거 영상을 확보한 증인이다. 임태산의 손과 발인 비서 정승길(조한철)까지 허투루 소비되는 캐릭터가 없다.

물론 ‘침묵’은 최민식의 영화나 마찬가지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최민식은 돈과 권력밖에 모르던 임태산이 모든 것을 잃은 후 자신의 인생을 회한하는 모습을 몰입된 연기로 표현한다. 파렴치한 재벌 회장부터 사랑하는 여자를 향한 다정한 모습까지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새로운 얼굴’의 최민식을 보는 재미가 있다. 주로 올곧고 정의로운 캐릭터를 연기한 박신혜는 이번에도 신념을 지키는 변호사 캐릭터로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간다. ‘7번방의 선물’에서 연기한 예승이 이미지가 다소 겹친다. 눈에 띄는 인물은 이수경이다. 이하늬와 날 선 대립부터 욕설 연기까지 과감한 연기력으로 소화해 시선을 끈다. 전형적으로 ‘잘못 자란’ 재벌 2세의 모습과 자신이 저지른 짓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모습까지 분노와 연민을 자아내는 연기를 펼친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5분.

사진='침묵' 포스터 및 스틸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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