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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뮤직]'From 서태지 To 방탄소년단' 음악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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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뮤직]'From 서태지 To 방탄소년단' 음악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입력
2017.11.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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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글로벌 프로젝트 ‘LOVE MYSELF’ 캠페인 협약식에 참석했다. 이지숙 기자
방탄소년단이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글로벌 프로젝트 ‘LOVE MYSELF’ 캠페인 협약식에 참석했다. 이지숙 기자

우리 대중문화계에서 기부와 봉사활동, 사회공헌은 종종 들리는 소식이다. 여러 연예인이 많게는 수억 원대의 기부와 꾸준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고, 한결같이 훈훈한 미담으로 회자된다. 데뷔 5년 만에 글로벌 스케일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방탄소년단도 자신들의 사회적 역할과 공동체에서 책임을 다하기로 했다. 방탄소년단의 ‘LOVE MYSELF’ 캠페인은 가장 방탄소년단다운 방식으로 우리 시대에 만연한 폭력, 특히 아동과 청소년 등 약자들에게 가해지는 폭력 근절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번 방탄소년단의 실천 캠페인 ‘LOVE MYSELF’가 LOVE YOURSELF 承 ‘Her’ 앨범의 국내외 반응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시작된 건 우연이 아니다. 또, ‘LOVE MYSELF’ 캠페인은 일반적으로 지금까지 진행해온 기부, 또는 사회공헌 활동과 접근방식에서 전혀 다르다. 방탄소년단과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출연한 5억 원의 기금, LOVE YOURSELF 시리즈의 앨범 판매 순익의 3%, 캠페인 공식 굿즈 판매 순익 전액 등은 ‘LOVE MYSELF’ 캠페인의 작은 일부며, 지극히 표면적인 이야기다.

▲뮤지션은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하는가

서태지는 1995년 서태지와 아이들 정규 4집 앨범에 ‘시대유감’을 가사를 제외하고 연주곡으로 수록해 공개했다.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제도 항의 차원에서 진행된 일이라는 건 이제 너무도 유명한 일화가 됐지만, 당시 서태지가 따로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거나 성명을 발표한 건 아니다. 서태지에게는 ‘시대유감’ 네 글자의 제목과 가사를 뺀 노래면 충분했다. 심의가 입을 틀어막아도 뮤지션은 음악으로 말한다는 선언이었다.

방탄소년단은 ‘뮤지션은 음악으로 말한다’는 서태지의 유산을 계승한다. 여기에 방탄소년단은 메타포와 정교한 내러티브 장치를 더해 ‘뮤지션의 메시지의 전달 방식’을 확장시킨다. LOVE YOURSELF 承 ‘Her’ 앨범은 방탄소년단이 들려줄 메시지의 첫 번째 조각이다. 사실 국내뿐 아니라 빌보드와 UK차트, 오리콘 차트까지 방탄소년단이 보낸 메시지를 수신하고 반응했지만 사실 그들이 의도한 전체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기승전결에서 왜 두 번째에 해당하는 ‘승’(承)인지, ‘기’(基)는 왜 건너뛰었는지, 전(轉), 결(結)은 언제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좋은 곡이고 잘 만든 앨범이니 전 세계 대중들이 자연스럽게 호응했을 뿐이다. 여전히 궁금증이 해소되진 않았지만,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라는 앨범 타이틀과 음악이면 이미 충분했다.

한동안 우리를 궁금하게 만들었던 ‘LOVE YOURSELF’의 의미는 ‘LOVE MYSELF’ 캠페인을 통해 속 시원하게 설명되고 기분 좋게 이해된다. ‘LOVE MYSELF’의 슬로건은 방탄소년단이 음악을 통해 ‘너 자신’으로 지목한 사랑의 대상은 사실 ‘나 자신’이며, 그 둘은 다르지 않다는 가치관과 메시지를 직관적이고 쉽게 설명한다. 메시지의 두 번째 조각이 공개되자 긴 설명 없이 음악만으로 전달한 첫 번째 조각의 의미도 선명하게 다가왔다.

방탄소년단이 새 미니앨범 'LOVE YOURSELF 承 Her' 발매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이지숙 기자
방탄소년단이 새 미니앨범 'LOVE YOURSELF 承 Her' 발매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이지숙 기자

▲음악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우리 대중문화사에서 서태지에 대한 설명에는 ‘컴백홈’(Come back home)을 통해 가출청소년을 집으로 돌아오게 만들고, 음반의 사전심의를 없애고, 방송심의를 개선하고, 연예인의 초상권과 성명권 등의 권리를 확립하고, 음악 저작권법을 개선하는 등의 사회적 영향력과 실제 변화 양상이 종종 언급된다. 이를 서태지라는 뮤지션 하나의 노력과 의지, 비전으로 소급해 설명하는 건 부당하다. 실제로 근본적인 변화를 만든 것은 대중들이다. 서태지가 시작했을 뿐 서태지 팬덤이 이끌고 이에 공감한 대중들이 우리 시대의 진정한 변화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마땅하다.

방탄소년단이 ‘LOVE MYSELF’ 캠페인 역시 동일한 지점에 방점을 찍는다. 실제로 폭력을 멈추게 하고 사회에 변화를 이끄는 것은 방탄소년단 일곱 멤버들이 아니다. ‘LOVE MYSELF’ 캠페인이 기부 액수보다 2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 캠페인이라는 점에 무게중심을 싣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중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며 공감의 확산에는 무엇보다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들이 말하는 폭력근절의 메시지는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너’와 ‘나’라는 주체와 대상의 구분으로부터 시작되는 분별과 차별의 의식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갈등의 원인이 되고 폭력을 낳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너와 내가 같다는 인식과 공감, 그리고 사랑뿐임을 경험해야 한다. ‘LOVE YOURSELF’에서 시작해 ‘LOVE MYSELF’로 이어지는 내러티브는 방탄소년단이 할 수 있는 설득의 과정이고, 유니세프와 함께 시작한 2년은 ‘LOVE MYSELF’ 캠페인의 공감을 확산시키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다. 물론 이 2년이라는 시간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도 강조된다.

방탄소년단은 음악만이 가지는 고유의 힘을 잘 알고 있고 이를 영리하고 현명하게 사용할 줄 안다. ‘LOVE YOURSELF’ 앨범을 즐겨듣고 방탄소년단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그들의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당연히 귀를 기울일 것이다. 그 메시지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감동적이라면 모두가 자연스럽게 움직일 것이다. 그것이 음악이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방식이고 방탄소년단과 음악이 지닌 진정한 힘이다.

박건욱 기자 kun11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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