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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목표주가괴리율 공시… 뻥튀기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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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목표주가괴리율 공시… 뻥튀기 여전

입력
2017.11.02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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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지표 신뢰성 위해 9월 도입

제재받은 증권사 한 곳도 없어

“주가 낮추거나 매도의견 내면

해당 기업의 중개수익 못올려”

증권사들 구조적 권력관계 호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제시한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차이를 밝히도록 한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가 시행된 지 두 달이나 지났지만 그 동안 제재를 받은 증권사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사의 목표주가 ‘뻥튀기’ 관행도 여전하다. 개인 투자자보다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수익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증권사가 ‘매도’ 의견을 내거나 목표주가를 낮추는 건 사실상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유안타증권은 1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시가총액 500조원 시대가 올 것”이라며 1년 목표주가를 기존 300만원에서 380만원으로 올렸다. 이는 삼성전자의 이날 시가총액(371조2,677억원)과 주가(286만1,000원)보다 33% 높은 수준이다. 한화투자증권(310만→350만원) KTB투자증권(330만→345만원) 메리츠종금증권(304만→340만원) 등 다른 증권사도 이날 줄줄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올렸다. 전날 삼성전자의 실적과 주주환원 정책 발표에 따른 조정이다. 그러나 올해 초만 하더라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300만원 이상 잡은 국내 증권사는 단 한곳도 없었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내 놓은 목표주가는 20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이에 이날 시장에선 그 동안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가 지나치게 부풀려지거나 뒷북을 치는 경우가 많아 투자지표로서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종목별 분석 보고서(리포트)를 발간해 6개월 또는 12개월 후의 목표주가를 제시한다. 이에 따라 ‘매수’ ‘중립’ ‘매도’ 등의 투자 의견도 낸다. 그러나 그 동안 증권사가 매도 보고서를 낸 적은 거의 없다. 금융 당국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 지난 9월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와의 차이(괴리율)를 표기하도록 한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를 도입했다. 이는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분석 종목의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와의 차이를 백분율로 환산해 리포트에 표기하도록 한 제도다. 목표주가를 조정할 때 직전 목표주가 변경일부터 최근 종가까지의 평균주가와 목표주가의 괴리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제도 도입 두 달이 지났지만 목표주가 ‘뻥튀기’ 관행은 달라진 게 없다. 제도를 위반하거나 게을리해 제재를 받은 증권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증권사도 할 말은 있다. 증권사는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등 기관 투자가들로부터 기업 투자를 중개하며 수익을 얻는다. 애널리스트는 기업 분석을 통해 투자가들에게 설명을 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일을 맡는다. 증권사가 투자 기업에 밉보이게 되면 사실상 기회를 놓치게 된다. 실제로 증권사가 특정 기업의 목표주가를 낮추거나 ‘중립’ 또는 ‘매도’ 의견을 내면 해당 기업은 증권사 주최 투자설명회에 참석하지 않기 일쑤다. 기업탐방에서 해당 증권사를 제외하는 일도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투자 계약 건당 수백억원이 오가기 때문에 함부로 ‘중립’이나 ‘매도’ 의견을 낼 수 없고 목표주가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기업 분석과 리포트를 잘 쓰는 능력보다 투자 대상 기업과의 돈독한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토로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증권사와 기업의 구조적 권력 관계가 바뀌지 않는 한 괴리율 공시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주주들 반발이 심해 어쩔 수 없이 ‘매수’ 의견을 내 놓을 때도 많다”고 말했다.

증권사 리포트 마지막 장에 “정확성이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없으며, 향후 주가 움직임은 과거의 패턴과 다를 수 있다”는 문구가 들어가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이에 따라 목표주가를 가까운 장래에 도달할 주가로 보기 보다 방향성을 보여주는 지표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는 게 증권업계 설명이다. 황 실장은 “목표주가는 참조만 하고 판단은 투자자 스스로 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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