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상학자이자 지구물리학자 알프레트 베게너(Alfred L. Wegener, 1880. 11. 1~1930. 11. 2)는 1915년 저서 ‘대륙과 해양의 기원’을 통해 ‘대륙 이동설’을 발표했다. 태고의 지구는 한 덩어리의 초대륙 ‘판게아(Pangaea)’와 대륙을 둘러싼 초대양 ‘판탈라사(Panthalassa)’로 존재했는데, 지구 자전 원심력과 달의 인력 등으로 인해 약한 부위가 쪼개지면서 긴 세월을 두고 이동했다는 주장이었다. 대륙은 상대적으로 밀도가 낮은 화강암질이어서 고밀도 현무암의 해양지각 위를 떠다닐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대륙이동설은 오랫동안 학계에서 무시됐으나 50년대 광물의 자기극성 연구 등 지질학 발전과 ‘판구조론’의 등장으로, 비록 이동 원리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지만, 사실로 입증됐다.
베를린대에서 천문학으로 박사학위(1905)를 받은 그는 전공보다 기후학, 특히 고기후학에 마음을 쏟아 1906년부터 극지 대기순환을 연구하기 위한 그린란드 탐사팀을 따라다녔다고 한다. 거시 기후학자로서 탐사를 다녔으므로 세계지도를 볼 일도 많았을 것이다.
남아메리카 동쪽 해안선과 아프리카 대륙의 서쪽 해안선이, 퍼즐 조각처럼 맞물릴 듯한 형상을 띠고 있다는 건 당시에도 꽤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대부분 우연의 결과로 여겼다. 마르부르크대와 함부르크대에서 강의하던 베게너는 1912년 강의 무렵부터 대륙이동 가설을 언급하기 시작했고, 15년 저서로 공론화했다.
고생대인 2억5,000만년 전 여러 대륙이 충돌하면서 굵직굵직한 산맥을 낳은 뒤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약 2억년 전)에 다시 분열을 시작해 오늘의 7대륙을 형성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는 외면 당했고, 30년 그린란드 탐사 도중 숨졌다.
대륙이동설에 기반한 ‘판구조론’은 맨틀의 대류 등을 잇달아 확인한 지질학의 발전으로 1960년대 이후 정설로 자리잡았다. 지구 맨 바깥쪽 지각(암석권)은 모두 10개의 주요 판(아프리카판 남극판 오스트레일리판 유라시아판 북아메리카판 남아메리카판 태평양판 코코스판 나즈카판 인도판)과 상대적으로 작은 여러 판들로 이뤄져, 연약권(Asthenosphere)이라 불리는 점성 있는 지구 내부의 맨틀 위에 떠있다는 게 판구조론의 핵심이다. 크고 작은 판들이 움직이면서 지진과 화산 조산운동 등 다양한 지질학적 사건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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