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한국 축구 고질병이 힘들게 득점하고 허무하게 실점하는 것이었다. 프로배구 남자부 우리카드 배구단의 모습이 이와 닮았다.
우리카드는 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7~18 KB손해보험과 V리그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37-39 26-24 25-23 31-29)로 승리했다. 시즌 개막 후 내리 3연패를 당했던 우리카드는 지난 달 27일 OK저축은행을 상대로 첫 승을 따낸 데 이어 2연승을 달리며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스코어에서 보듯 매 세트 혈전이었다. 4세트 중 3세트에서 듀스 접전이 펼쳐졌다. 우리카드는 경기를 좀 더 쉽게 끌고 갈 수 있었는데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두 점 차 이상 리드를 잡고 달아나야 할 상황에서 어김없이 서브 미스나 범실이 나왔다. 판정 운도 따르지 않는 편이었다. 1세트에서 39-37까지 가고도 아쉽게 상대에게 세트를 내주며 끌려갔다.
하지만 우리카드에는 ‘괴물공격수’ 파다르(21)가 있었다. 파다르는 이날 35득점을 올리는 폭발적인 공격을 선보였다. 우리카드 점수가 필요할 때면 세터 유광우(32)의 손을 떠난 볼은 파다르 쪽으로 향했고 어김없이 상대 코트에 꽂혔다. 그는 이날 후위공격 12개와 서브득점 5개, 블로킹 3개를 올려 트리플크라운(서브ㆍ블로킹ㆍ후위공격 각 3개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 달 25일 삼성화재전부터 3경기 연속 트리플크라운이라는 진기록이다. 남들은 한 시즌에 한 번 하기 힘든 트리플크라운을 밥 먹듯이 기록 중이다. 프로배구에서 3연속 트리플크라운이 나온 건 2010~11시즌 KEPCO(현 한국전력) 밀로스 이후 두 번째다.
우리카드가 세트스코어 2-1로 앞선 상황에서 4세트도 듀스에 돌입했다. 30-29 상황에서 KB손해보험의 공격이 빗나가, 경기가 마무리되자 김상우(44) 우리카드 감독과 선수들은 두 팔을 들고 펄쩍펄쩍 뛰며 환호했다. 우리카드는 나경복(23)이 16점으로 힘을 보탰고 센터 김은섭(28)도 5개의 블로킹 포함 10득점으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앞서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는 한국도로공사가 흥국생명을 3-0(25-20 25-18 25-16)으로 제압하고 시즌 첫 승을 올렸다.
개막전부터 이어 온 3연패에서 벗어난 도로공사는 1승3패(승점 6)를 기록하면서 4위로 올라섰다. 도로공사 박정아(24)가 18득점을 폭발시키면서 이적 후 첫 승을 자축했고 이바나(29)도 서브에이스 2개, 블로킹 3개 포함 19득점으로 에이스 역할을 다했다. 배유나(28)도 블로킹 5개로 10득점을 올리며 힘을 보탰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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